6·27선거가 집권 민자당에 치명적인 정치적 패배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관련기사 3면
민자당은 15명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5명만을 당선시킨데 그쳤으며 7백20명을 뽑는 광역 의회 선거에서도 30% 안팎의 당선자를 냄으로써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민자당이 이번 선거를 인물중심의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것을 강조해왔고 실제로 양질의 고급 인력을 야권보다 많이 포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선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유권자들의 반
민자당, 반김영삼 의식이 대단히 높은 수준에 이른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민자당의 치명적 패배는 현정권에 대한 실질적인 중간 평가로 해석되고 있어 집권 중반기를 맞는 김대통령에게는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과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의 원인으로 지역 감정의 돌풍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MBC와 갤럽이 실시한 유권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후보자 결정에 지역 감정이 작용했다는 의견은 30%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며 70%에 이르는 유권자들은 지역 감정이 거의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선거 결과를 지역 감정으로 돌리는 주장에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민자당이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으려는 태도나 지역 감정으로 상당 부분의 원인을 돌리는 것에 대해 이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장집 고려대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를 지역감정 탓으로 몰고 가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며 “지역문제를 넘어선 현정부의 기득권 세력 위주의 각종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라는 측면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자민련의 충청권 장악 등 현상적으로 볼 때 지역 구도를 고착시켰다는 평가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산·전북·강원 등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선택은 현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기존의 정치 지도자들의 지역할거주의에 대한 이의 제기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현상이 현단계 우리 정치구도에 지배적인 현상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오랜 동안 질곡으로 작용해온 지역 구도를 깨뜨리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27 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은 정당과 사회의 각 집단들이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편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력한 심판을 지역 감정을 볼모로 한 3김씨의 정치적 의도에 맹목으로 따른 것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 구도와 새로운 정치적 중심을 요구하는 그들의 의사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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