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번엔 ‘반값 등록금’ 집회 현장으로 달려갔다. 홍대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김치 등 밑반찬을 들고 찾아가고, ‘장자연 리스트’·‘최고은씨 죽음’·‘한진 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 등에서 ‘소신 발언’을 했던 김여진씨. 그가 이번엔 김제동, 권해효, 박혜경씨 등과 함께 이른바 ‘날라리 선배들’이라고 자칭하며 광장에 나선 대학생들과 함께 했다. 무엇이 그를 또 다시 광장으로 이끌었을까.

배우 김여진씨와 지난 9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기존 언론에서 묻지 않은 것을 주로 묻겠다’며 묻고 또 물었다. 과거 김제동씨가 방송에서 ‘잘린’ 선례를 거론하며 현재 ‘압박’이 있지 않은지, 반정부 집회로 묘사하는 보수 언론의 보도에 동의하는지, 집회 보도에 인색한 공영방송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을 물었다. 방송 촬영 일정에 쫓기고 있던 김여진씨는 애초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어 1시간 가량 기자와 묻고 답했다.

김여진씨가 강조한 것은 상식이었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일단 구하는 것이 우선인 것처럼, ‘미친 등록금’부터 내리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등록금 고통을 똑같이 겪고 있는 연예인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냐는 당찬 ‘소신’을 내보였다.  연예인으로서 특별한 현실에 있는 게 아니라 동시대의 비슷한 고민과 부담을 안고 사는 시민이라는 것이다.

   
▲ 지난 2일 광화문 앞 '반값 등록금' 촛불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배우 김여진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또 김여진씨는 현재 언론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론이 눈 가리고 아웅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해 기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무리 언론이 ‘반값 등록금’ 집회를 왜곡하고 보도에 침묵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시민들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언론보다 빨리 깊게 다양한 소식을 알게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언론 통제와 검열이 있다면 언론은 도태기로 갈 수밖에 없다”며 “언론인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도태되거나 변화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현재 팔로워 7만2000여 명을 가진 파워 트위터리안(@yohjini)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씨는 “대학 이사님이든 총장님이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든 이명박 대통령이든 흔쾌히 광장으로 나와서 대학생들과 대화 했으면 한다”며 “광장을 두려워하지 마시라. 광장은 민주주의 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여진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대학생들이 광화문 앞에서 촛불 집회를 한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 집회를 하게 된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요?  

“등록금이 말도 안 되게 높기 때문이죠. 올해 초부터 학생들은 삭발, 단식 투쟁을 하며 오랫동안 투쟁해 왔습니다. 지금처럼 이슈가 확 불붙게 된 것은 여러 계기가 있었겠죠. 만약, 총장, 재단 이사처럼 학교를 운영하시는 분이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예산안을 공개하고 학생들의 요구에 대답했다면 대학교 안에서 해결이 됐겠죠. 안에서 해결이 안 되니까 학생들이 밖으로 나온 것 아닙니까.” 

- 김여진씨를 비롯해 김제동, 권해효, 박혜경씨 등 이른바 ‘날라리 선배들’이 대학생들의 등록금 집회에 참석, 지지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예인으로서 쉽지 않은 일 일텐데 ‘날라리 선배들’이 광장으로 나서 대학생들과 연대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요?

“우선, 연예인으로서 광장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저는 시민이고 국민입니다. 공개적으로 얘기 안 하더라도 지금 나라 일에 대해 서로 얘기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전 조카가 셋이 있어요. 대학 등록금이 장난이 아닌 거에요. 가계 살림이 점점 어려워지고 부모님의 일자리도 점점 불안해 지고, 애들은 커 가고 교육비는 많이 들어 엄두가 안 날 정도랍니다. 극소수 최상위층 사람들 사정이 괜찮을지 모르지만 중산층 사람들에게는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연예인이든 누구든 똑같은 상황인 거에요. 이런 등록금이 과연 정당한지 누구나 의문이 들 겁니다. 예를 들면, 대학 등록금 문제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물론, 사람이 물에 빠진 원인, 문제를 고치는 방법을 논의해야죠. 하지만 급선무는 사람을 건져야 하는 겁니다. ‘물에 빠진 사람과 내가 무슨 상관이냐’며 관련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친구들이 1인 시위를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한 거죠. 돈이 아주 많거나 등록금 납부에 별 문제가 없다면 아무 문제를 얘기 안 할 수 있죠.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얘기를 해야죠.”

- 과거 김제동씨 등이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잘려 외압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여진씨도 방송 출연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이 있지 않나요? 

“기자님은 어떤 기사를 쓰면 불이익이 있지 않으신가요? 기자님도 어떤 기사를 써서 잘릴 수 있는 위험이 있지 않으세요? 연예인도 마찬가지죠. 어느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태도죠. 불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사는 게 편할지, 그 반대가 편할지 선택하는 거죠. 또 김제동씨만 봐도 몇몇 프로그램, 방송사에서 잘렸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이후 토크 콘서트를 하고 계시고 수익도 얻고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신나게 일하고 계십니다. 저는 무대에서 김제동씨를 직접 만났는데 그 모습이 멋있었어요. 이처럼 다른 길을 개척하면 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잃을까봐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요. 연예인이든 누구든 그렇다고 봐요. 삶의 태도를 어떻게 할지가 중요한 겁니다.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 홍대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밑반찬을 싸가지고 가 함께 식사하고 고민을 나눈 김여진씨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일명 ‘날라리 선배’들이 등록금 집회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사전에 미리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나요? 

“이 분들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할 말 못하는 것보다 덜 먹고 할 말 하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 거죠. 뭔가 우리가 세를 구축하거나 조직을 만들어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죠. 각자 시간에 맞춰 등록금 집회에 오고 있고, 현장에서 만날 뿐입니다.”

- 조선, 중앙 등 일부 신문에선 대학생들의 촛불 집회를 ‘광우병 촛불 사태가 우려된다’며 반정부 집회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김여진씨는 현재 진행 중인 촛불 집회의 모습을 어떻게 보시나요?

“집회 현장에 가보면 학생들보다 10배는 될 만큼 많은 경찰 병력이 학생들을 에워싸고 있어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위화감을 주는 것은 경찰입니다. 학생들이 화염병을 들었나요? 쇠파이프를 들었나요? 반정부 구호가 나온 것도 아니잖아요? 학생들이 촛불을 가지고 뭔가에 불을 지를 것도 아니고 그냥 앉아서 얘기하고 천천히 걷는 것 아닌가요? 촛불은 평화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겁니다. 그런데 경찰은 지레 짐작해서 그럴까봐 무서워서 학생들을 막고 있어요. 사실 헌법에는 분명히 집회의 자유가 있고, 집회는 허가제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신고제입니다. 무슨 근거로 불법 집회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학생들의 요구가 얼토당토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시위하는 게 두렵다면 같이 얘기 나누면 된다고 봐요. 5년 전에 ‘반값 등록금’에 대해 얘기했던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와서 어떻게 하겠다고 학생들에게 말하면 됩니다. 대화를 지금 안 하고 피하고 있는 것은 정부이고 사학재단입니다. 며칠 전에 국회에서 정동영 의원이 등록금 관련 토론회를 열었는데 한나라당에서는 아무도 안 왔습니다.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요. 나올 수 없다면 대학생들을 청와대로 초청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아이들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테러하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권에 간곡히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했으면 해요.”

-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 ‘부유층까지 학자금을 국가 재정으로 대주는 것으로 가난한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부유층이 빼앗아가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우리 대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데 교육의 질은 어떤가요? 등록금이 너무 부풀어져 ‘반값 등록금’도 비싸기도 합니다. 제 정신 아닌 ‘미친 등록금’이죠. 등록금을 무조건 끌어내려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등록금을 세계 수준에 맞춰 내리자는 거죠. 그런데 뭘 가지고 포퓰리즘이라고 하나요? 지난 1995년 정부는 ‘5·31 교육개혁안’으로 대학을 기업화 시켰습니다. 이후 천정부지로 대학 등록금이 올랐고, 지난 정부에서 사학법을 개정하려고 했지만 현재의 여권인 한나라당이 막았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쪽에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어요. 그렇다면 표를 얻고 정권을 잡은 지금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등록금을 깎겠다고 자신들의 입으로 얘기해 놓고 이제 와서 포퓰리즘이라니요? 공약을 지키는 게 상식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말을 부정하면 안 됩니다. ‘반값 등록금’ 대책을 내놓는게 쉽지 않다면 수년 동안 뭘 했나요? 하다못해 그동안 성과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나요?. 반값 등록금 공약을 다음 선거에 또 들고 나올 것인가요? 다음 선거 하기 전에 빨리 까놓고 얘기합시다. 학생, 재단, 국회의원님들, 행정당국까지 빨리 이 문제의 해결을 봐야 합니다. 학생들이 고통 받는 것은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거리에서 목청껏 외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촛불을 든 '촛불 소녀' 모습. ⓒ이정희 의원실
 
- 대학 등록금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동안 KBS·MBC 등 주요 방송은 대학생들 수십 여 명이 연행돼도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반값 등록금’ 관련 방송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방송도 언론도 사회의 일부분입니다. 개인이 표현할 수 없는 사회라면 언론도 마찬가지겠죠. 그래도 그 안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데 안 되고 좌천되기도 했죠. 방송사 3사 사람들을 모두 싸잡아서 뭐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네요. 그들 싸움에도 힘을 실어야 합니다. 증거를 대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정권에서 언론이나 방송에 대해 통제하려는 마음과 의지가 만약에 있다면, ‘소용 없는 짓을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요즘이 어느 때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방송 3사 TV를 보지 않습니다. 종이 신문, 방송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이 통로 이외에도 다른 통로가 많기 때문이죠. 인터넷과 SNS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소식이 바로 바로 올라오죠. 언론사 기자들이 SNS를 뒤져서 기사를 쓰는 게 현실입니다. 기자들이 한 발 느린 거죠. 이런 상황에서 언론 통제와 검열이 있다면 언론은 도태기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영향력을 잃어갈 것입니다. 언론인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리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도태되거나 변화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그리고 언론이 보도 안 해도 우리는 이미 보고 듣고 알고 있습니다. 언론이 눈 가리고 아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김여진씨는 현재 각종 이슈에 ‘소신 발언’을 하는 ‘뉴스 메이커’라고 생각됩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다 보면 과거보다 언론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 뉴스메이커가 됐는지 어리둥절하네요. 블로그로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트위터가 생기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거죠. 제가 하는 이야기는 어렵거나 대단한 이념이이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대단한 학자, 정치가, 사상가도 아닙니다. 상식 선의 얘기를 하는 거죠. 보통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저도 하는 것입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좀 더 주목받는 것이 있지만, 사람들이 제 말에 호응하는 것은 제가 연예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그들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가감 없이 얘기되니까 이슈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슈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기자님들이죠. 널리 퍼뜨려주는 것에 고맙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SNS에 쓰여진 내용을 옮겨다 쓸 때 황당한 일이 있기도 합니다. 자극적인 멘트와 낚는 제목에 불쾌하기도 하죠. 사실 이런 일을 겪다 보면 기자 분들에게 기사를 쓴 목적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어요.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 수를 높이려고 하는 것인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고 전달하고 싶으신지 물어보고 싶어요.”

- 사실 ‘반값 등록금’ 이슈는 기성 언론보다는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이슈화가 됐습니다. SNS의 파급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SNS가 대세죠. 태크놀로지가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생겨서 많은 기업들이 돈을 벌고 있어요. 통신사가 지금 현재 산업의 가장 핵입니다. 이거 포기할 것인가요? 못하잖아요. 누구나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볼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알릴 수 있어요. 언론, 미디어가 된 거죠. TV에서 등록금 보도가 안 되더라도 시민들은 이미 현장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SNS를 통해 볼 수 있죠. 일례로, 얼마 전에 촛불 집회에서 한 기자 분이 해산 명령을 내리는 경찰에게 헌법 21조를 읽어줬어요. 집회가 신고제라는거죠. 그러니까 경찰 방송이 바뀌더라구요. 그런 사진이 바로 바로 SNS에 올라옵니다. 방송 뉴스, 신문에서 우리가 정말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우린 이미 다 보고 있었죠. 스마트폰을 뺏지 않는 한 이 흐름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SNS의 영향력이 더 커질 거라고 봐요.”

   
▲ 전국 각지에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집회를 응원하는 취지로 피자가 배달되는 모습. ⓒ이정희 의원실
 
- 그동안 김여진씨는 등록금 이슈 이전에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 장자연 리스트, 홍대 청소노동자 투쟁 등 각종 사회적 이슈에 ‘소신 발언’, ‘집회 참석’ 등으로 공개적인 연대 활동을 해왔습니다. 언론이 잘 주목하지 않았던 곳에 그동안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요?

“멋들어진 이유가 있거나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연기자니까 세상사,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죠. 사람들의 행복, 불행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대본을 보다 보면 사람들의 감정을 100% 알아야 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소외 계층이든 약한 사람이든 그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연기자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감정의 날을 벼려 놓은 사람이죠. 이렇게 감정 훈련이 되고 몰입해 버린 다음에 연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 감정의 날이 자신에게 향하면 자신을 치게 됩니다. 스스로 침잠해 들어가면 거의 100% 우울증이 앓게 되죠. 도박, 마약, 알코올, 쇼핑에 빠져들기도 쉽습니다. 동료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고 봐요. 저도 아프고 힘들고 제 자신이 밉고 초라하게 느껴진 과정을 거쳤어요.

저는 이걸 뛰어넘은 계기가 UN국제구호단체 JTS(   Join Together Society) 활동을 통해 거리 모금을 하면서부터였어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 가는 사람들, 굶어 죽는 북한 아이들에게 제 감정을 쓴 것이죠. 그랬더니 제가 살만하더라고요. 나를 들들 볶지 않아도 되고 행복해졌습니다. 이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온 것이죠. 그러면서 트위터가 왔고 홍대 노동자가 제 가슴에 왔어요. 홍대 노동자 분들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현장으로 가본 것이에요. 쌀, 김치가 떨어졌다고 하니까 가본 것입니다. 가서 만나고 친해지고 개인적 이야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거기서 지옥 속에 살고 있는 홍대 총학생회장도 만났어요. 예쁜 학생이었지만 경쟁과 두려움 속에 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을 부려 먹고 있는 학교라는 괴물을 본 거죠. 7~8000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 놓고 등록금을 올리자는 대학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죠.

사실 저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두고 이기고 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다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홍대 노동자, 최고은씨, 장자연씨, 한진 중공업 등 우리는 수많은 모순과 문제를 겪고 흥분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로 관심이 옮아 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뭘 하든지 끝을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끝까지 지켜보고 말하겠다는 거죠.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더라도 말하겠다는 거죠.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 하려는 것도 바로 이겁니다.”
 
- 일각에선 김여진씨가 정치 참여를 고려 중인 게 아닌가 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어떤 활동을 펼쳐나가실 예정입니까.

“지금도 정당에 참여할 생각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국회만 가도 숨이 턱 막힐 정도니까요. 어떤 정권이 선출되느냐 보다는 시민들의 의식이 얼마나 발달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힘을 발휘할지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나라 산업구조, 세계 경제를 보면 앞으로 힘들어 질게 뻔히 보입니다. 몇몇 대기업들에 의지해서 그들을 키운 뒤 나머지에게 온기를 나눠주는 방식은 절대 안 됩니다. 거꾸로 가야 합니다. 예쁜 자식일수록 엄격하게 키우듯이 재벌을 훨씬 더 엄격하게 키워야 합니다. ‘오냐 오냐 내 새끼’라면서 키우면 세계 경쟁력이 생길까요? 대기업 특혜, 봐주기, 불공정은 우리 모두 다 같이 죽는 길로 가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을 그냥 뽑고 가만히 놔두면 안 되고 그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감사도 하고 연구도 해야 하죠. 시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도 행복할 것 같고요.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무엇을 할지 고민이 됩니다. 그동안의 시민 운동을 하신 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고 그 운동을 존경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봐요. 지루하지 않게 행복하고 창조적인 일로 세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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