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쏟아내는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에 유리한데 선거결과는 ‘한나라당 참패’로 나오는 의문의 실타래가 풀리고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전화번호부 등재 번호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라는 점이 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는 지난달 26~27일 강원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RDD 기법을 이용해 무작위로 추출된 가구전화를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했으며, 유효표본은 1132명이다.

RDD는 최근 여론조사 기관이 도입하고 있는 조사 방법으로 기존의 조사가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RDD는 무작위 전화번호 추출을 통해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까지 포함한다. 쉽게 설명해 집 전화는 있지만,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KT 전화번호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가구까지 여론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KT 등재’ 가구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48.4%, 민주당 최문순 후보 30.2%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8.2%P에 달했지만, ‘KT 미등재’ 가구 조사에서는 엄기영 후보 40.0%, 최문순 후보 39.2%로 조사됐다.

KT 미등재 가구를 대상으로 삼자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은 뚝 떨어졌고,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올라간 셈이다. 이는 ‘KT 등재’ 여부에 따라 유권자 성향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으로서 지금의 집 전화 여론조사가 근본적인 한계를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론이 집 전화 여론조사를 근거로 쏟아내는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 등도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KT 등재 여부는 물론 집 전화 유무도 유권자 성향차이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아예 배제되고 있는 휴대폰만 지닌 가구를 대상으로 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KT 등재 가구와 미등재 가구의 성향차이가 드러났는데 휴대전화 조사의 경우 진보적인 답변이 더 높아질 확률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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