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MBC 정문 앞. '서울기동경찰'이라고 쓰여진 버스 3대가 나타났다. 대형 마이크가 장착된 경찰 방송 차량도 있었다. 80여 명의 경찰들이 인도를 빼곡하게 메웠다. 10여 명의 사복 경찰과 MBC 안전요원들도 무전기 교신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분주히 오갔다.
경찰 맞은 편에는 30여 명의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붉은 띠를 두르고 대열 선두에 선 사람은 없었다. 막 퇴근한 직장인, 대학생들, 온라인 카페 회원들 등 남녀노소가 모였다. 그러다 보니 대형 무대도 현수막도 준비되기 어려웠다. 이들은 단지 촛불을 들거나, A4 크기 만한 종이를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왜 모였냐고 묻자, 시민들은 여기저기서 'PD수첩을 살리기 위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 보고자 왔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PD수첩시청자모임'(http://cafe.naver.com/pdnote)의 한 회원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한 시민의 제안으로, 이들은 현
▲ 트위터 등으로 알려져 열리게 된 긴급촛불 모임에 5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MBC 정문 앞에 모인 시민들 뒤편으로 경찰 차량 3대가 배치됐고, 촛불 모임 내내 인도에는 80여 명의 경찰들이 대기했다. 또 정문 부근에는 10여 명의 사복 경찰들과 MBC 안전요원들도 대기 중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PD수첩시청자모임' 회원인 직장인 '보거스'씨는 "대선, 총선을 앞두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시민들이 생업에 있어 온라인 상에서 목소리를 주로 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상식을 가진 많은 시민들의 저항이 당연히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필립씨는 "어처구니 없는 사장이 와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터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짧은 시간에 수십 명이 모일 정도로 PD수첩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많으니까, 최승호 PD 힘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시민들도 "힘내라. 힘내라"를 함께 외쳤다.
특히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든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김재철 사장은 이 정부의 명령·지휘 체계 아래에서 국민의 방송을 방통위의 하부기관처럼 다루고 있는게 아닌가"라며 "KBS가 '시사 360'을 폐지하듯이 MBC가 PD수첩을 폐지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려는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자유발언을 통해 "김재철 사장은 이 정부의 명령․지휘 체계 아래에서 국민의 방송을 방통위의 하부기관처럼 다루고 있는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박영선 정책국장도 "이 정권이 YTN 돌발영상 임장혁 기자, KBS 시사기획 쌈 김용진 기자를 쫓아내고 이제 MBC만 남았다"며 "시민들도 밖에서 잘 싸울테니, 다음 주 월요일부터 농성을 하는 MBC 구성원들도 힘차게 싸워달라"고 강조했다.
자유발언을 마치고 8시가 넘어서자 50여 명의 시민들은 MBC 사옥 옆에서 "김재철 떠나라. 최승호 힘내라"고 함성을 지른 뒤 이날 첫 '촛불 번개 모임'을 평화롭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