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들의 잦은 외유를 놓고 말이 많다. 뚜렷한 해외출장 이슈가 없는 가운데, 출장이 특정부서에 집중된 탓이 아닌가 싶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체가 지원하는 해외취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해외취재 그 자체를 크게 나무랄 이는 별로 없다. 해당 취재영역 안에서의 출장목적이 분명한데다, 기자의 시야 및 견문을 넓히는 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간의 상황에서 ‘세계화’를 위해 기자의 해외출장이 언론계의 세계화에도 보탬이 된다는 명분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각 언론사가 비단 정치·외교적 행사 뿐 아니라 국제회의, 대형 사건사고, 문화현장 등에 비용을 들여가며 출장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해외출장이 바람직한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언론계 현실이나 아직 기대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문제는 채 전형이 정립되지 않은 기업체의 직간접 지원 아래 이뤄지는 해외출장이다. 이는 지원의 주체가 주로 재벌이란 점에서 비롯된다. 거기에서 크게 세가지의 문제점이 파생되고 있다. 과연 재벌의 돈을 받아 출장목적이 제대로 달성되겠느냐는 회의론이 첫 번째 대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외유에 따른 비용 일체를 기업이 대고 취재일정까지 좌지우지 해 버린다. 이럴 경우 선진기술 습득이나 시찰등의 취재 목적이 관광이나 견학, 풍물기행 쯤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런 ‘무임승차’관행에는 이를 부추기는 일부 언론사 간부들의 행태가 한몫 거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문제점이 발생한다. 한국적 문화풍토에서 해외출장으로 맺어진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는 대단한 인연이랄 수 있다. 좁게는 현지 기사감의 처리는 물론 앞으로의 기사 작성에 있어 기업체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다.

그같은 양태가 반복되면서 기자적 양심이 흐려지고…결과적으로 기업체의 논리에 순치되고 그쪽의 홍보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세 번째는 해외취재가 특정부서에 집중되는 형편상의 문제이다. 갈수록 국내외 취재영역의 벽이 허물어지고 취재무대 역시 세계화되는 마당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화의 화신인 기업들의 공략대상과 해외출장은 아직 특정부서에 머물러 있다.

기업체의 입장은 그렇다고 치자, 특정부서 기자들의 잦은 출장을 두고 일부 언론사 내부에선 ‘오로지 보직 잘받은탓’이라는 비아냥과 질시가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는 ‘티켓’이 배정되더라도 웃사람에 밉보이면 자기 몫마저 박탈당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
이의 개선을 위한 충분조건은 문제점에서 찾아진다.

언론사의 가장 큰 자산이 기자의 질에 있다는 건 보편적 인식이자 경영체험상 진리다. 기자들의 질적향상을 꾀하는 동인을 세계화에서 찾을 때다. 이제 각사의 경영진들은 해외취재 비용을 크게 늘리는 정공법에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또 기업은 해외취재 지원체계의 제도화를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의 지원이 상호이익과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를테면 재벌들이 언론재단을 만들거나 연간 재원을 배정,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기자들의 다양한 취재활동을 도와주는 것이다.

최근 S·L재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같은 연유다. 거시적으로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현행 지원 체계 아래 빚어지는 언론계 안팎의 부작용과 잡음을 줄이는 부수효과까지 낳게 될 것이다.
기자들의 윤리의식과 자정의지를 곧추 세우는 일이 이에 선행하는 필요조건임을 두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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