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추적 60분> '4대강' 편 방송을 재차 결방하고, 청와대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반발이 거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돌연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 60명 징계방침을 통보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KBS는 특히 4개월 전인 지난 7월 말 끝난 새 노조의 파업에 가담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자 PD 아나운서 등을 대규모 징계하겠다고 나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이 가운데 아나운서들의 경우 파업참가자 17명 가운데 정세진 김윤지 김태규 이재후 홍소연 이상호 이상엽 이광용 이형걸 최승돈 김현태 이해수 최인희 등  14명을 모조리 징계 대상에 넣어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를 비롯해 누리꾼들의 격려와 응원이 쇄도하자 고민정 KBS 아나운서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동기의, 선배의 징계소식에 남긴 글을 보시고 보내주신 응원의 목소리 정말 감사하다"며 "하지만 그 응원은 제가 아닌 부당한 징계를 받은 60명의 KBS 언론인들입니다. 그분들이 외롭지 않게 계속 박수 보내달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저녁 징계통보를 받은 직후 고 아나운서는 트위터에 "매서운 칼바람은 바깥에 불고 있는 바람이 아니라 매정하게 제식구를 자르려는 KBS 안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 고민정 KBS 아나운서. ⓒKBS  
 
고 아나운서는 이어 경영진에게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우린 언제까지 그냥 회사원이어야 하나요. 언론인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런 KBS인이 되면 안되는 건가요? 당장 내일이 편한 삶 말고 평생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삶이 그렇게도 이해할 수 없는 건가요? 따지지도 말라, 흥분하지도 말라! 우린 기계가 아니에요."

이와 함께 이광용 아나운서도 17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KBS 새노조 파업 관련 징계대상자 명단에 제가 포함됐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염려와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일방의 주장일 뿐이니까요. 아무 일 없을 것이고, 설령 있다 해도 별 일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아나운서는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며 "정세진, 김윤지 아나운서는 검색어 상위에 올라갔는데 왜 제 이름은 없는건지, 옐로우카드의 영향력이 이정도였단 말인가요? 더 노력해야겠군요. 불끈"이라고 덧붙였다.

   
  ▲ 고민정 KBS 아나운서 트위터.  
 
한편, 파업 참가 아나운서는 대부분 징계대상에 포함된 데 비해 기자 PD는 징계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징계방침 통보를 받지 못한 기자들이 '나도 징계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상길 KBS 기자는 16일 KBS 사내통신만(KOBIS)에 올린 글에서 인사위 회부 통보에 대해 "저는 아직 연락이 없어서 섭섭하다"며 "저는 21일 동안인가 무계결근이라고 근태 기록에 적혀 있어요, 저는 왜 명단에 없나요. 2차 명단이라도 준비하고 계신가요"라고 되물었다.

황 기자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자랑스러운 명단에 들 수 있는지 좀 알려달라"며 "이번 명단에서 저는 왜 빠졌는지 알게"라고 강조했다.
 
황 기자는 이어 이렇게 개탄했다.

"뭐 같은 시절에 뭐 같이 방송하는, 전두환이 시절에 버금가는 명비어천가 부르짓는 이런 시기에, 어디 가서 KBS라고 소속 밝히기 부끄러운 이런 시절에 이 치졸한 짓거리들에 저항했다는 기록이 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래야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기록을 내보일 수 있을텐데. 잘 찾아보세요, 저도 걸면 걸수 있는 게 있을 겁니다".

   
  ▲ 이광용 KBS 아나운서. ⓒKBS  
 
범기영 KBS 기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권력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아무리 처벌을 해도 조롱받는다. 촛불 시위 때의 '닭장 투어'를 기억하는가"라며 "지금 KBS 노동자 사이에서는 '어쩌다 징계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왜 나는 뺐느냐'는 얘기가 오간다. 머리가 있다면 생각을 해보라"고 비판했다.

범 기자는 "노조를 인정하라는, 단체협상에 성실히 응하라는 요구를 걸고 쟁의행위 찬반투표까지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했다"며 "회사는 이 파업을 불법이라 딱지 붙였고 참가자를 대량 징계했다. 1970년대 어느 공장이 아니라 물경 2010년 KBS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석 KBS 문화부 기자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왜 뺐냐'는 내부 분위기에 대해 "비징계자들이 나도 제발 좀 징계해주면 안되는거냐고 불퉁거리는 흐뭇한 정경"으로 평한 뒤 "나도나도 징계하라"고 썼다.

심인보 KBS <추적60분>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에 김석 기자에 보낸 글에서 "징계 대상자 아닌 사람들 모여서 성명 한 번 내면 어떨까요? ㅎㅎ 진지하게 드리는 말씀"이라고 주장했다.

이수연 KBS 기자도 트위터에 "전원 징계 그날까지!! 새노조 새역사 홧팅~!!"이라고 썼다.

이철호 KBS 기자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파업관련 징계대상자가 통보된뒤 KBS 젊은 기자 반응들 '썅 난 왜빠졌어' '쟤가 뭘 했다고 징계야'"라며 "근데 정말 난 왜 빠졌지? 전관 예우가 아니라 전과자 예우인가"라고 풍자했다.

한편, KBS 새 노조는 17일까지 당사자들의 소명을 들은 뒤 23일 특별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한 애초 KBS 측의 계획에 대해 소명기일을 연기하는 대신 내주중 전원 출석해 각자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협의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