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에서 9일부터 '통큰치킨' 판매를 개시하며 대기업의 상도덕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금 불붙었다.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기준으로 '통큰치킨'은 기존 식품보다 양은 30% 많고, 가격은 3분의 1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동네치킨점'을 파산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통큰치킨'의 파격적 가격 이면엔

롯데마트는 9일 '통큰치킨'을 출시해 전국 82개 매장에서 즉석으로 튀긴 닭을 한 상자 당 5000원에 팔고 있다. 기존 프라이드치킨이 1만 5000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 가격이라 할 만하다. 기존 것보다 양도 많다. '통큰치킨' 한 상자엔 치킨조각 900g 정도가 담겨, 마리 당 650g∼750g을 판매하는 '동네치킨' 중량을 1∼2조각 상회한다.

롯데마트는 유통단계와 인건비를 줄여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설명한다.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필요한 닭과 튀김유 양을 사전에 거래처에 통보함으로써 스케줄에 맞는 원재료 공급이 가능하고, 거래처도 미리 알고 준비하기 때문에 여기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여러 단계를 거칠수록 식·제품은 마진이 붙게 되지만 '통큰치킨'은 원재료 공급자와 직접 거래하는 데다 대형마트 특성상 마진 폭이 크지 않아 양을 늘리고도 저렴한 가격을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별도 설비와 마케팅, 배달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요인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각 매장에서 이미 즉석 프라이드치킨을 판매하고 있었고 본래 영업하던 그 자리에서 기존설비를 이용해 닭을 튀기고 파는 것"이라며 "갑자기 이슈가 되긴 했지만 우린 연초부터 즉석치킨 가격이나 중량을 바꿔가면서 행사를 진행했고 이번에 출시된 것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기존 설비를 풀 가동했을 때 매장 한곳에서 하루 평균 250∼300마리를 주문 받고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매장으로 이를 확대하면 월 60만 마리, 연 720만 마리며 매출액으로 계산하면 연간 390억 원 규모다.

전체 치킨시장 규모가 3조 5000억∼5조 원 대인 것을 감안하면 1% 미만에 그친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그러나 경쟁이 불가피한 동네치킨업자들은 골목상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동네치킨'은 고사 위기

ㄱ치킨 마케팅 관계자는 "아직 첫날이라 가타부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통큰치킨'은 양념치킨 없이 프라이드치킨 한 종류만 취급하고 배달이 되지 않아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 기존 프랜차이즈 가게와 차이가 있는 만큼 수요층도 다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치킨매장에서 하루 동안 팔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상황을 먼저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이마트 피자' 출시를 전후로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예상 보다 기존 브랜드 피자의 상권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치킨가게는 생계형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영세한 만큼 타격 받는 정도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식업계는 전국의 치킨점을 5만여 곳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는 프랜차이즈 매장에 한 한 것이고 소형트럭을 이용해 치킨을 파는 자영업자 등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훨씬 늘게 된다.

더욱이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잇점도 워낙 파격적인 가격 앞에선 맥을 못 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롯데마트는 직접 배달에 나서는 게 아니라 매장을 직접 방문한 고객을 상대로 한 만큼 수요층이 엄연히 다르고 소비자의 선택 폭을 그만큼 넓힌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치킨'이란 대중적 간식은 소비층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ㄱ치킨 관계자는 "지역별 편차가 크긴 하지만 우린 점포 당 평균 16∼17% 이윤을 남기는 구조인데 치킨 한 마리에 5000원이면 솔직히 이윤이 나올 수 없는 가격"이라며 "매출 영향보다도 결국 우리 사회의 신뢰와 배려 등 심정적으로 느끼는 문제가 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특성상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고 매장에서 '통큰치킨'만 파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세간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ㄱ치킨 관계자는 "실제 통큰치킨 자체는 비중이 작을지 몰라도 이번 일로 롯데마트 차원에선 엄청난 광고효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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