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가 도매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365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동네 슈퍼마켓과 음식점에 상품과 식자재 등을 공급하는 볼런터리 체인 형태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공개서는 수익분배와 투자비 등을 공개하는 문서로, 정보공개서의 등록이 완료되면 가맹점 모집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마트는 이미 전국적으로 슈퍼슈퍼마켓(SSM)을 개설해 중소 소매업의 뿌리를 뽑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만약 이마트가 도매업에 진출할 경우 중소 도매업까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납품 도매업체는 4만여개, 종사자는 20만여명에 이른다. 이마트가 구매력을 이용해 가격 공세로 나올 경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도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브리데이365는 기존 동네 슈퍼에 상품을 공급하고 판매에는 관여하지 않는 볼런터리 체인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가맹비는 없고 상품보증금 명목으로 4,200만 원만을 부담한다. 신세계는 또 동네 슈퍼마켓 등의 개인 사업자를 가입자로 운영되는 온라인 법인몰을 별도로 마련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업소용 대용량 매장 코너도 이달부터 시작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등은 9일 오전 서울 명동 신세계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세 납품업자들의 생존권은 대기업 SSM의 진출에 따른 중소 소매업 축소와 신세계의 도매 유통시장 직접 진출이라는 이중고로 압사될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신세계는 에브리데이365 진출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하고 중소 상인들의 대화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사실상 허용한 중소기업청에 대해서도 강력한 비판을 쏟아냈다. 중기청은 지난달 26일 신세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소 슈퍼마켓 상인들이 이마트 상품을 슈퍼조합이나 체인본부에 주문하면 중소기업 유통센터와 이마트 점포를 통해 상품을 배송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신세계는 이를 도매업 진출을 허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가맹점 모집을 서두르고 있는 상태다.

이날 신세계 본점 앞에 모인 중소상인들은 "중소 소매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면서 "중소 소매업을 제대로 살리려면 이들과 공생해 온 중소 도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합당한 정책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중소상인들은 중기청이 신세계와 맺은 업무협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중기청 해체 투쟁까지 벌일 계획이다.

한편 이와 관련, 언론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데일리를 비롯해 몇몇 인터넷 신문이 이마트가 골목상권에 진입했다고 소개하면서 중기청과의 갈등 상황을 전달했고 한겨레가 지난 1일 "신세계, 동네슈퍼 도매상 '우롱'"이라는 제목으로 "상생협약은 이마트가 개별 동네슈퍼에 직접 상품을 공급하는 사업 모델과는 명백하게 다르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이마트의 SSM 진출에 침묵했던 대부분의 경제지들은 도매업 진출에도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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