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면에는 몇 주일째 개각에 대한 예상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이 12월 15일 이수성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에 내정한 뒤로는 그에 이은 개각 하마평이 지면을 덮고 있다. 이처럼 거의 모든 신문이 ‘점치기’식 보도에 치중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느 한 신문이라도 중요한 부처의 장으로 유력시되는 인물들에 대하여 과연 적임인지 그 시시비비를 가리는 기사를 실었으면 좋겠다.

어느 때는 기대이상으로 잘하고, 어느 때는 너무도 잘못하는 공과가 뒤섞인 김영삼 대통령 정부. 이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것의 하나가 인사문제이지 않은가. 3년도 안되어서 총리를 다섯번 바꾸는 정부. 대통령은 일견 개혁을 원하는 것 같은데 장차관의 면면을 보면 모두 수구인사중심으로 채워졌던게 그 동안의 모습이었다.

대통령이 헌법상 막강한 권한을 배경으로 독단적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돼있는 잘못된 제도를 조금이라도 보완하는 길은 언론이 실질적인 인사청문회의 마당을 제공하는 것이다. 경제각료의 예를 들어보자.

경제부총리(재경원장관)와 청와대 경제수석이 그 핵심인데, YS정부에서는 지금까지 노태우정부때의 조순-문희갑 팀 수준으로라도 개혁적인 경제팀을 인선하였던 적이 없다. ‘제2의 건국’을 내세우고 ‘한국병’을 치유하겠다고 나서는 정부에서 어떻게 그토록 잘못된 인사가 되풀이될 수 있었는가?

그 이유의 하나는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과거 유신, 5·6공에서 잔뼈가 굵어온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YS후보시절부터 경제 브레인 역할을 한 두세명의 인사들이 모두 구세대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부총리와 경제수석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부처 장관으로 오르내리는 10여명의 인사들이 단 한 사람도 개혁적 인사가 없는 실정이다.

유신때부터 전문관료로 성장하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요직일수록 국보위에 참여한 두 인사가 집중 거론되고 있으니 그저 아연할 뿐이다. 그런데 어느 신문도 이를 거론하고 있지 않다. 그들이 하마평대로 기용되었을 때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은행 예속하에 물가는 잡지 않고 성장우선의 양적 팽창만 추구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경기 연착륙 여부에 연연하여 종합토지세의 강화 등 제도개혁은 나몰라라 할 사람들이다. 선거때에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풀라는 압력이 위에서 내려올 때 소신으로 버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무도 기가막힌 일이다.

전두환씨가 단식을 하는 것도 그 나름으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터인데, 그 한가지가 행정부내에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는 수구세력일 것이다. 아무리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다지만 내각의 구성이 이래가지고야 과거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철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 내각-청와대의 주요자리에 모두 개혁인사가 들어가야 한다. 이들에 의해 개혁이 일관성있게 추진된다면, 그 여파가 사회 각 분야에 미쳐 언론계, 종교계, 법조계, 학계, 재계 등에도 수구세력이 물러나고 정직한 사람들이 나서서 제대로 일을 하는 살 맛 나는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폴과 미국의 국제경쟁력은 바로 이런데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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