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용산참사 현장에서 건설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참혹한 용산참사 이후에도, 부수고 깨뜨린 곳에 새로 빌딩을 지어 비싸게 팔아먹는 방법밖에 알지 못하는 건설자본들이 정부와 힘을 합쳐 전국에서 집과 가게들을 굴착기로 밀어버리고 강이란 강은 삽으로 다 파헤치고 있다는 것도 우린 다 알고 있다.

이 뜨거운 여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그나마 희망이다. 홍대 앞 동교동에서 ‘작은 용산, 두리반’은 2009년 용산 남일당 빌딩에 이어 거대한 건설자본과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있다.

두리반 부부는 주택청약예금까지 해지하고 여기에 2500만 원의 은행 대출금을 보태, 2005년 3월 칼국수집 두리반의 문을 열었다. 네 식구의 생계를 위해 매일 칼국수를 끓이고 보쌈고기를 삶으면서도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땀으로 살아왔다.

네 식구의 미래에 불안한 기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말 인천공항으로 가는 경전철역이 두리반 주변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동교동 167번지 일대의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남전디앤씨’라는 회사가 땅을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두리반이 영업하던 3층 건물도 소리 소문 없이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다. 세입자들은 법원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법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의 손을 들어주었다. 용산에서 그랬듯이 홍대 앞에서도 법원은 세입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을 등에 업은 건설자본의 하수인들은 홍대 앞에서도 유형무형의 폭력을 행사하며 세입자들을 쫓아냈을 것이다.

이 무서운 폭력에 맞서기 위해 세입자들도 대표를 선출하고 현수막도 내걸며 나름 싸움을 준비했다. 그러나 한집, 한집 그들의 핍박을 피해 떠나갔다. 그들이 내민 이사비용 300만 원을 받아들고 눈물과 분노를 삼키며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으리라. 여름이 시작될 때 뭉쳤던 세입자들은 겨울이 시작하기 전에 두리반만 남기고 다 떠났다.

그리고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서른 명 남짓한 용역들이 두리반에 들이닥쳤다. 집기를 들어내고 두리반의 여주인도 들어냈다. 양철펜스를 치고 건물입구를 틀어 막았다. 용산의 한강지물포에서 문정현 신부를 끌어내고 입구를 막았던 것처럼, 계란말이가 맛있었던 용산 2호 포장마차에서 김순옥 어머니를 밀어내고 내동댕이쳤던 것처럼.

그러나 두리반의 여주인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철거 이틀 후, 12월 26일 칼바람이 부는 새벽에 두리반의 여주인은 절단기로 철판을 뜯어내고 두리반에 진입하여 농성을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길바닥으로 쫓겨나던지, 생존권을 걸고 싸움을 시작하는 길 뿐이란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두리반은 싸움을 선택했고 이 땅의 수많은 두리반들과 함께 2010년 8월 18일 오늘까지 전기마저 끊겨버린 두리반에서 236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두리반의 철거 소식을 듣고 용산에서 내공을 쌓은 작가들이 모여들었고 미술가들은 예술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이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2월 27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두리반과 함께 하는 자립음악회를 열어 악기와 목소리로 싸움을 시작한 것이 벌써 스무 회를 넘겼다. 그 이후, 월요일 하늘지붕음악회, 화요일에는 푸른영상 영화상영, 목요일에는 그리스도인들의 촛불예배, 금요일에는 칼국수음악회 등이 이어진다. 종교인들이, 인권활동가들이, 마포 주민들이, 시민들이 두리반에 모여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대형 건설자본과 두리반의 싸움에서 두리반이 이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람이 여섯씩이나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정부와 재벌들이니까 말이다.

   
  ▲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그러나 두리반은 이미 승리하고 있다. 두리반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두리반에 시대의 아픔을 목격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 오기 전, 두리반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두리반이 승리하기 전, 꼭 한번 들려보시라. 두리반에 가면 시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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