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말>지에 의해 보도지침이 알려졌을 때 많은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령 그와같은 개연성을 충분히 확신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이 경악의 정도는 다르지 않았다. 막상 실체를 보았을 때 느끼는 기분은 또 달랐던 것이다.

이 자료는 1970년대 한 언론에 하달되었던 ‘보도지침’으로 보도지침이 5공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자료이다. 이 보도지침의 하달자는 주로 중앙정보부나 문공부 같은 당국이고, 놀랍게도 사장, 상무 등 언론사 간부도 있다. 이 자료의 의미는 언론사적 측면에서 볼 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보도지침의 역사성, 보편성이다. 보도지침은 국민의 지지를 잃은 정권의 정보통제와 왜곡의 대표적 실례이다.

둘째는 이 보도지침의 하달자의 성격이다. 즉 이 보도지침에는 ‘남산’ 외에도 언론사 내부의 상층부가 있으며 이는 1980년의 언론인 ‘학살’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밝혀진 바 대로 이들 언론사들은 당시 보안사의 명단에 상당수 명단외 인물을 추가했으며 그 명단은 주로 이 보도지침에 대한 순응 여부를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세째 이 자료는 유신 말기 부터 언론통폐합 구상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지금까지 언론통폐합은 허문도와 보안사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 보도지침으로 미루어 이미 중앙정보부 등에는 매우 치밀하게 언론을 통제해왔던 언론반이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언론반은 내외의 지탄을 받던 긴급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 언론 통제가 이완될 것을 우려하면서 언론통폐합과 유사한 구조적 통제를 이미 구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29선언 이후 우리 언론이 이전에 비해 비교적 많은 자율성을 누리고는 있지만 아직 보도의 성향이 바뀌었다는 증거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오랜 기간 이러한 ‘지침’ 등에 익숙해진 결과가 아닐까한다. 우리가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도 물론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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