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저녁 SBS 보도국에서 열린 기자총회는 최근의 보도국 분위기를 반영하듯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모임은 SBS 보도가 왜곡과 편파로 일관하고 있다는 기자들의 자성에 따라 기자협회 SBS분회가 긴급히 마련한 자리였다.

발언에 나선 기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한 것도 사내의 언로가 막혔다는 것이었다. 한 기자는 “선배가 이런데 가서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했다. 가장 답답한 것은 말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한 말이 간부들 귀에 들어가 다시 내 뒤통수를 친다. 내부 언로가 틔여 있지 않은 언론사는 죽은 언론사다”라며 한탄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자리 참석한 한간부는 “정말 언로가 막혀 있느냐. 잘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말해 간부와 평기자들의 인식에 큰 간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기자들의 불공정 보도사례 지적에 대해 한 고위간부는 “내가 지시한 일”이라고 비교적 솔직하게 경위를 밝히기도 했다.

SBS에 언로가 없다는 것은 비단 SBS 기자들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SBS를 출입하는 기자도 이러한 점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고 부당한 지적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모든 것을 감추려고만 할 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잘 몰라요” “말할 수 없어요” 하는 것이 입에 붙은 말이다. 위-아래가 통하지 않고 안-밖이 열려있지 않은 조직이 어디로 흘러가게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기자들이 어렵게 마련한 ‘자성의 자리’가 사회의 공기로서 SBS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런 ‘막힌 언로’를 트는 일부터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고위 간부들과 평기자들간에 막힘 없는 대화가 이뤄질 때, 간부와 평사원으로서가 아니라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한 ‘언론인’으로서 자긍심과 자존심을 갖고 선후배로 만날 수 있을 때 SBS 보도국의 위상 또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비단 SBS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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