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표절 시인, 표절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식상할 정도다. 나름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음악전문프로그램을 제작하다보니 표절문제는 쉽사리 지나칠 수 없다.

지난번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했다는 곡이 버젓이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표절은 노래하는 밴드간의 문제가 아니라 작곡자간의 문제라고 호도해 표절논란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몰고 간 기획사의 그 작태를 난 여전히 이해 할 수도, 잊을 수도 없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목도하면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사라진 한국의 대중음악계에 대한 깊은 회의가 들었다. <문화콘서트 난장>을 제작하는 일이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함이라는 나의 자부심을 일순간 무너뜨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표절은 남의 것을 훔치는 비열한 행위다. 한 마디로 도둑질이라는 거다. 단지 물건이 아닌 무형의 것을 훔치는 것이지만. 혹 표절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멜로디가 기존에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최소한의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 4월에 발표한 4집 앨범의 수록곡 중 6곡이 표절로 밝혀져 논란이 된 가수 이효리.  
 
이 글을 쓰는 순간 <문화콘서트 난장>에서 컴백무대를 펼치는 대한민국 록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백두산의 기타리스트인 김도균의 뼈아픈 일갈이 떠오른다. “한국 대중음악계는 음악은 사라지고 무용만 남아있다고, 대중음악이라고 하지 말고 대중무용음악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이 붕괴된 것은 방송의 탓이 크다. 여러 가지 이유로 라이브음악을 프로그램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작의 편의와 라이브 공연 녹화의 어려움 때문에 MR공연이 보편화된 우리 프로그램의 현실은 ‘짝퉁 뮤지션’을 생산하기 딱 좋은 구조가 돼버렸다.

3년여의 <문화콘서트 난장> 제작 경험상 속칭 오버 쪽에 속한 뮤지션들을 섭외할 때 부딪히는 문제로 그 첫 번째가 출연료다(<문화콘서트 난장> 그까이거 별거 아닌? 지역방송에서 벌어지는 만큼 거의 모든 오버쪽 뮤지션들은 행사성 출연료를 요구하기 일쑤다. 물론 그렇지 않은 뮤지션도 많지만).

두 번째 문제는 라이브 공연을 하기 위해서 충분한 연습시간이 필요한데 바빠서 연습할 여유가 없으니 다음 기회에 하자고 대부분의 가수들이 입을 맞춘 듯 말한다. <문화콘서트 난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은 최소 6곡 이상을 라이브로 소화해야 한다. 단순히 MR을 틀어놓고 노래를 라이브로 하는 것이 아닌 라이브 밴드와 함께 라이브 공연을 해야 한다는 거다.

내 생각에 요즘 젊은 세대를 좌지우지 하는 그룹들은 <문화콘서트 난장> 공연을 위해서 두 달 이상은 맹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거기다 라이브 밴드와 함께 하는 거라면 그 공연은 훨씬 어려워진다. 어느 정도 공연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공연을 많이 한 라이브 밴드들은 자신들을 홍보할 때 몇 백 회의 공연을 했다는 둥하면서 실력을 알린다.

   
  ▲ 광주 MBC <문화콘서트 난장>의 진행을 맡고 있는 가수 박새별. 사진 출처 = 문화콘서트 난장 클럽 http://club.cyworld.com/mbcnanjang  
 
그러나 지금 속칭 잘나가는 그저 그런 팀들이 춤추는 것 빼고 제대로 된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문화콘서트 난장>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이다. 방송에서 MR반주에 맞춰 한두 곡 정도를 노래할 수 있지만 공연에서는 올 라이브(ALL LIVE)로 연주가 불가능한 짝퉁 뮤지션들을 양산해내는 황당무계한 시스템 때문이다. 그리고 표절 논란 속에서 작곡자가 표절한 것이니 노래를 부르는 가수하고는 무관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현실도 한 몫을 한다. 거기에다 표절이면 어때 그냥 보고 듣고 좋으면 그만이지 하는 대중들의 인식까지 더해져 한국 대중음악은 무너져 가고 있다.

   
  ▲ 김민호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PD  
 
우리는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데뷔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처음으로 <문화콘서트 난장>을 통해 TV에 출연한 여성 포크싱어송라이터 박강수를. 왜 방송을 통해 얼굴을 볼 수 없었는지에 대해 묻자 방송무대에 서는 것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몫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치우쳐도 너무나 한쪽으로 경도된 한국 대중음악에서 방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 말이었다. ‘방송은 대중들이 원하는 것만을 주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 좋은 것을 제시하고 대중들이 선택해야 하는지’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표절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꼭 단죄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한국대중음악계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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