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세계적인 축제지만 그만큼 거대한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으로 36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된다. AFP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FIFA는 이번 월드컵에서 TV 중계권 판매로 27억달러, 기업들 후원으로 6억6천만달러, 입장권 수입으로 2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일 전망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TV 중계권 판매가 20억달러 정도, 전체 수입이 23억달러였다. FIFA는 19억유로를 벌어 8억유로를 쓰고 11억유로를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중계권 판매가 50% 이상 껑충 뛰었고 FIFA의 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월드컵은 고도의 상업적 이벤트로 변질돼 가고 있다.

FIFA는 1990년과 1994년, 1998년 세 차례 대회에서 중계권 판매로 3억4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2002년과 2006년 대회에서는 23억달러로 뛰어올랐다. 올해는 한 차례 대회로만 27억달러를 벌어들일 전망이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FIFA는 중계권을 나라마다 쪼개서 팔거나 방송사들끼리 경쟁을 붙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FIFA는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해마다 사업보고서를 공개하긴 하지만 축소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회를 치를 때마다 엄청난 이권이 오가지만 그 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후원사들에게 받는 정확한 금액도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도 공개되지 않는다.

입장권 가격도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오르고 있다. 이번 대회의 입장권은 모두 301만여장, 남아공-멕시코 경기가 평균 804달러로 가장 비싸고 브라질-포르투갈 경기가 550달러에 이른다. 물론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관중이 가득 들어차기 때문이겠지만 애초에 순수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다. FIFA는 마치 주식회사처럼 행동한다.

   
   
 
   
  ▲ 2006년 독일 월드컵 기준 FIFA의 수입(윗쪽)과 지출(아랫쪽) 구조. FIFA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FIFA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대회 상금과 운영비용으로 지출한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우승팀은 3100만달러를 받게 된다. 본선 진출만 해도 900만달러, 16강에 진출하면 900만달러를 더 받게 된다. 전체 상금은 4억2천만달러에 이른다. 이밖에 대회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 12억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이런 모든 비용을 빼고도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FIFA의 순이익은 10억달러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FIFA는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들은 이 엄청난 머니게임에 기꺼이 뒷돈을 대고 그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 월드컵은 스포츠와 자본주의의 환상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FIFA의 실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FIFA에는 24명의 집행 위원이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조셉 블라터 회장이 내린다. 내년에 4년의 임기가 끝나는 블라터 회장은 4선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된 바 있지만 재판에 가기 전에 취하됐다.

블라터 회장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개최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아디다스가 월드컵 공인구를 만드는 것도 블라터 회장과 유착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974년부터 24년 동안 장기 집권했던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은 노골적으로 수익 극대화를 천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FIFA의 자산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불어났고 계속 불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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