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발생시간 임의수정, 보고누락, 보고지침 위반 등 감사원의 국방부 천안함 감사결과와 관련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사고원인과 관련된 보고를 뒤늦게 전달받고, 사고발생 자체를 대통령보다 늦게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2일 정치권에서는 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져나왔다.

또한 감사원은 문책 대상자 25명 가운데 절반인 12명에 대해 군형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혀 향후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군법에 따른 사법처리도 뒤따를 전망이다. 김태영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의원들의 촉구에 대해 "이미 사표를 냈다, 지금 물러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천안함 특위 3차회의가 속개된 이날 저녁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의 "허위답변"과 "뒤늦은 파악" 등을 집중 지적했다. 박 의원은 △어뢰의 피격 가능성에 대한 사고당일 보고내용을 김 장관이 언제 알았는지 △대통령에게 언제 보고했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자체를 김 장관이 대통령 보다 늦게 알았다는 점을 들어 박 의원은 "장관이 천안함 침몰사실을 늦게 알고 무슨 지휘를 하겠느냐"며 "대통령도 군대 안다녀오셨는데"라고 지적했다. KBS 등에 헬기가 어떤 물건을 이송하는 장면이 방송된 것이 애초 자료화면이라고 주장했던 김 장관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박 의원은 "자료화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 않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 장관은 이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 의원은 깨지지 않는 형광등을 들어 "어떻게 형광등만 살아남았느냐, 어디서 만든거냐"고 따져물었다.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전혀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정희 의원은 윤덕용 합조단 민간조사단장이 지난달 24일 특위에서 '어뢰 흡착물 가운데 들어있는 알루미늄 비결정질체와 선체 곳곳에 나타나는 성분이 같아 어뢰 폭발이 결정적'이라고 했는데 어제(10일) 합조단에선 '결정질이 나오더라'면서 자꾸 기준이 바뀐 점을 들어 "이는 지난달 27일에 조사했다고 하는데 31일엔 결정질이 검출됐다는 말은 안했다. 선거전까지 말을 안한 것은 합조단의 과학적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구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북한 어뢰 카타로그와 관련해서도 지난번 특위 땐 책자라고 했다가 이번엔 CD라고 말을 바꾼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이것은 북이 한 것이라는 스모킹 건으로 내놓은 것인데, 인쇄 형태와 종이질 등을 보고자 했더니 출력물을 내놓았다. 파일을 갖고 있다면 어떤 것이고, 언제 어떤 형태로 작성됐는지에 대해 밝혀달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자꾸 이 의원님은 북 아니라는 것을 찾아내려고 하려고 애쓴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최문순 의원은 김 장관의 진퇴와 관련해 "정치적 도의적 법적 책임 면할 수 없다"며 "46명의 생명을 잃었고, 25명의 지휘관 가운데 12명의 형사처벌이 진행될 것 같은데 장관과 합참의장이 책임을 크게 지고, 부하직원이 작게 지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에게 해임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다시 거취표명하는데 물러서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보고누락 허위 보고 등에 대해 "감사원 발표가 사실이면 이건 군대도 아니다"라며 김 장관과 국방부를 성토했다.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 군은 지금 적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고 국민에겐 실망과 분노만을 안겨주고 있다"며 "서류조작 허위보고를 서슴지않고 저지르는 군의 모습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다.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썩어빠진 보신주의에 물들고 매너리즘 빠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편, 김 장관과 국방부 정책실장 등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관점이 다르다" "군사적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보고 누락 △허위 보고 △지연 보고 △최초상황발생 시간 임의수정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 부인하니 감사원장과 같이 나와 특위를 해야 하며, 그래도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면 국정조사, 특검을 해야 한다"며 "감사원의 발표를 국방부가 부인하면 어디를 믿고 일을 해야 하는지 굉장히 나도 혼동스럽다, 국방부가 폭탄발언을 한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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