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인당 한해 등록금만 1000만원에 이르는 상황은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대학 등록금은 적정선인지, 정부 근본적 대책은 무엇인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취업 후 학자금상환제(ICL)’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치적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편집자

“대학 등록금이 무슨 혈압이야?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우리 아빠 주름살이 팍팍 늘어. 대학총장이 우리 아빠 얼굴에 보톡스 놓아줄 거야?”

KBS 인기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코너에 출연하는 개그맨 장동혁씨는 풍자개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장씨는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끝없이 오르는 대학교 학자금 문제를 개그소재로 삼아 신랄하게 비판했다.

   
  ▲ KBS < 개그콘서트 >에서 풍자개그로 인기를 얻고있는 개그맨 장동혁.  
 
‘동혁이형’으로 등장하며 속 시원한 얘기를 쏟아내는 장씨의 풍자개그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그의 풍자개그에는 언론도 하지 못하는 정부를 향한 따가운 비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을 약속하며 20대 표심을 공략했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가계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것이라면서 한발 물러섰다. 대통령 말 바꾸기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책으로 마련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 동혁이형 ‘풍자개그’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올해 1학기 학자금 이자율은 5.7%로 확정됐다. 당초 5.8%를 검토하다가 높은 이자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0.1%P 인하에 그쳤다. 5.7%가 적정한 수준인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심각한 청년실업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학생들의 취업 후 상환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복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면 갚아야 할 금액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학자금 상환제 이름을 ‘든든학자금’으로 명명하며 대통령 치적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학자금대출사업 위탁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해 일일상담원으로 나서자, 일부 언론은 이를 ‘서민행보’로 포장했다.

문화일보는 2일자 5면 <일일 학자금 상담…MB, 다시 서민행보>라는 기사에서 “정국의 이슈가 세종시 문제와 남북정상회담에 쏠려 있지만, 이 대통령은 일반 국정 챙기기에 매진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3일자 6면에 <이 대통령 든든장학금 일일상담>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내보냈고, 국민일보와 서울신문도 각각 3일자 3면에 사진 기사를 실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해 주신 것 같다”라는 학자금 상담요원의 얘기를 전했다.

청와대 서민행보 포장 수단 활용

그러나 학자금 상환제는 높은 이자율과 복리적용, 과태료 논란 등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내놓은 학자금 상환제는 저소득층에 제공했던 기존의 학자금 제도의 장점마저 사라지게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기존의 학자금 대출 제도는 소득 1~3분위까지는 무이자 지원, 4~5분위까지는 4% 이자 지원, 6~7분위까지는 1.5% 이자 지원을 받았다”면서 “취업 후 상환제를 도입하면서 차상위 계층 대학생 장학제도와 소득 7분위 대학생에 대한 이자 지원도 전격적으로 폐지됐기에 대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주장한 ‘든든 학자금’이 합당한 이름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학 등록금과 학자금 상환제 문제는 개그프로그램에서도 풍자개그의 소재가 됐지만, 학자금 문제를 제대로 비판하는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등록금 싸면 질 떨어진다?

   
  ▲ 이명박 대통령이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든든학자금’ 대출 시행 첫날을 맞아 지난 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해 콜센터에서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는 지난달 25일자 사설에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금융권의 단순한 대출제도가 아니라 복지적 개념이 포함된 제도”라며 “일반 대출에도 적용하지 않는 과태료나 여권 발급 제한 등 조건을 붙이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3일자 6면 <적립금 수천억 쌓아 놓고 학생 주머니만 터나>라는 기사에서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대통령 인식은 근본적 해결책 마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상담 과정에서 “등록금이 너무 싸면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대통령은 “당장은 학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어서 좋은데 나중에 상환하는 문제가 큰 걱정이다”라는 학생의 지적에 “지금을 기준으로 해서 미리부터 미래에 대해서 너무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미래는 그때 가서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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