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광주문제를 최윤의 소설을 통해 영화화하게 됐나?

“처음에는 진상찾기 등 서사적 차원에서 광주의 실상을 재현·고발하는 류의 영화를 염두에 뒀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서적 위안과 질곡으로부터의 자유를 표현하고 싶어졌다.

광주를 다룬 대부분의 소설들이 고발자의 입장에 서있는 반면 최윤의 소설은 광주의 아픔을 개인의 실존적 차원에서 담아내고 있었다. 또 전지적 시점이 아닌 다양한 시점으로 서술돼 있어 고통을 바라보고 소화하는 방식 또한 다양했다.”

―서사 대신 서정이라면 서정으로써 의도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영화와는 달리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문성근이 연기한 장씨가 바로 그 경우이다. 그는 정치적이고 집단적인 폭력 못지않게 자신의 내면에 폭력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눈물을 통해 그 모든 폭력을 넘어서는 한편 사랑으로 소녀와 일치해 간다. 이것이 내가 말하고자 했던 인간에 대한 희망이다.”

―늘 현재만을 다루다 16년전이라는 ‘과거’로 돌아갔는데 이런 식의 되돌아보기는 계속될 것인가?

“80년대는 사상투쟁과 변혁의 열망 등 역사적으로 의미가 충분한 이른바 고양기였다. 하지만 그 고양기는 통과해야 될 고양이지 거기에 매몰될 수는 없다. 80년대를 또다시 뒤돌아볼 것 같지는 않다. 90년대가 필요로 하는 대중적 꿈과 욕망을 짚어나가는 게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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