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오는 14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라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방통심의위는 옛 방송위원회 심의조직과 옛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부분 결합한 민간기구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6대 3으로 수적우위를 점하면서 출범한 방통심의위는 사실상 행정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MBC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YTN <뉴스 오늘> 'YTN 노조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MBC <뉴스데스크>와 <뉴스 후>의 언론관계법 보도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 중징계를 내리고 신문광고 불매운동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토록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1년을 돌아본다'는 좌담회를 마련,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지난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는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정치학)가 사회를 맡았고,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와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소속된 여당추천 교수도 좌담회에 참석키로 했으나 본인이 참석의사를 중도 철회했으며, 방통심의위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도 일정을 이유로 참석을 거부했다. 다음은 좌담 전문이다.

   
  ▲ 왼쪽부터 박경신 교수, 김창룡 교수, 전응휘 이사. 이치열 기자 truth710@  
 

"행정기관 내용규제 자칫하면 기본권 제한
편향심의·과잉규제는 사회적 신뢰 저버려"


김창룡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논란 끝에 출범해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의 심의결과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심의위 자체를 없애야 한다거나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출범 1년 밖에 안된 위원회가 신랄한 평가대 위에 서 있는데, 지난 1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박경신 교수=가장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이 전체적으로 편향된 심의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예견된 것이다. 행정기관이 내용규제를 하는 것을 검열이라 하는데 이는 헌법 21조 검열금지의 원칙에 따라 금기시 돼 있다. 예를 들어 방송을 할 때 어떤 주파수로 하라든가 하는 방식의 규제가 아닌 내용에 대해 규제를 할 때, 그 규제는 사법부가 해야지 행정부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가 어떤 사상과 정책을 올바르고 좋은 것이라 정하고 거기에 배치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행정기구를 통해 배척하려는 것은 꼭 헌법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미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이것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전응휘 이사=심의위는 융합환경 속에서 어떻게 내용규제를 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떠 안은 기구다. 이에 비춰볼 때 지금 바람직하게 가고 있느냐를 하나의 잣대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17대 국회 말에 방통융합기구 구성논의를 굉장히 졸속적으로 한 점을 들 수 있다. 어떤 규제나 방향 원리에 대해 합의한 게 아니라 당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기구를 일단 통합해놓고 방향모색을 하자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심의위는 규제원리를 찾아나가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전통적으로 방송규제와 통신규제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방송규제는 주파수 희소성, 침투성으로 강도 높은 공공규제가 당연시돼온 데 반해 통신규제는 내용규제를 거의 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통신은 원칙적으로 사적 커뮤니케이션이기에 통신비밀을 보호해야하는 것이지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국가의 과도한 간섭이자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 제약이 된다는 것이다. 융합시대의 규제는 보다 강화된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완화된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심의위 지난 1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내용규제기관으로서 오히려 전통적인 방송규제보다 더 강한 측면으로 나아가는 게 보인다는 점에서다. 이것은 사실 융합환경에서 일반적인 규제 추세나 논리 변화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여당 쪽이 늘 얘기하는 것이 콘텐츠 유통채널이 다변화하고 소유규제도 다변화했기에 규제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심의위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과잉규제로 나아가고 있다.

김창룡=굉장히 우려가 된다는 진단이다. 심의위가 출범 1주년에 큰 성과는 못 내더라도 최소한의 신뢰라도 가지지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가 왜 이렇게 됐다고 보나.

박경신=심의위는 행정기관이기에 법적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다. 행정기관이 표현물의 위법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기관이 어떤 게시물을 내리라 말라 하는 것은 사법적으로 그 판단이 뒤집힐 때까지는 표현물이 죽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중동 광고중단운동 게시물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발시킨 것은 심의위 결정이었다. 심의위는 그 게시물 자체가 2차 불매운동, 즉 죄 없는 광고주들을 괴롭히는 것이기에 위법하다 보고 삭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2차 불매운동은 합법적이라고 봤다. 게시물을 읽은 사람들이 전화를 너무 많이 한 데 따라 업무교란이 있어 위법적이라고 평가한 것 뿐이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심의위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심의위의 그 삭제결정 때문에 광고중단운동은 급격히 쇠락하게 됐다. 법원에서도 게시물 자체는 합법적이라고 판단했는데 일개 행정기관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소비자운동이 지고 물러난 하나의 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식민지 발언’ 사건도 마찬가지다(편집자 : 지난 1월2일 김 지사는 부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 인사말에서 “만약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가 안 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통일이 되어 있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망국발언’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경기도 쪽은 발언취지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은 심의위 쪽 요청에 따라 김 지사 발언 비판 게시물을 1월21일 삭제했다). 공익적 사안에 대한 진실의 적시와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의 표명은 어떤 법학자가 봐도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심의위는 ‘망국적 발언이라고 한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삭제결정을 내렸다. ‘너무 심하다’가 판정의 기준이라면 인터넷에 삭제될 글들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이번에 최병성 목사의 ‘발암시멘트’ 표현에 대해서 명예훼손이라 한 것도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법학자들의 대다수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이런 표현물들을 삭제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 갈등을 조장하게 되는 것이다.

전응휘=심의위가 출발부터 정치적 의석배분에 비례해서 위원을 구성했기에, 굉장히 노력해도 심의 편향성을 오해받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이는 내용규제에서 치명적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심의를 하지 않거나, 그게 어렵다면 다수결이 아닌 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다수결은 태생적 한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 요소다. 더 나아가서는 심의위가 주어진 권한범위를 철저히 의식하고 있느냐는 것인데, 지금 심의위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규제수단을 남용 혹은 편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은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1항 9호(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인데, 이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의 요청이 있었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 심의위가 직접 다룬 것은 절차요건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김문수 지사나 최병성 목사 건도 같은 조항 2호(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하는 사안인데, 이는 지난 2002년 전기통신사업법 53조가 위헌판결을 받아 나온 것이다. 당시 위헌 판결은 행정규제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내용규제는 불법성과 위해성이 명백할 때만 해야 한다고 범위를 극도로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심의위는 도를 넘어 누구나 수용하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 냄으로써 스스로 사회적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김창룡=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하지는 않았을 텐데, 왜 이런 문제 투성이의 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보나. 심의위원 적격성에 대한 검증조차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참여정부 때도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보내며 독립적인 심의방식을 택하지 않았고, 이번 정부에서도 대통령 최 측근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보내는 것 등을 보면 심의대상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구조적 문제 아닌가.

박경신=진보 보수를 떠나서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행정기관이 내용규제를 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심의위원 인선은 대통령 임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민이나 국회의 동의절차, 최소한 국민들의 ‘저 위원은 반대한다’는 의견정도는 수렴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게시물은 기본권 행사의 결과고, 이를 삭제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이기 때문이다.

김창룡=방송 쪽에 대해 논의해보자.

박경신=기본적으로 방송은 전파 간섭현상 때문에 한정된 숫자의 사업자들을 주파수 대역별로 선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공공재적 취지에서 방송에 대한 규제도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들을 하고 있지만, 내용규제는 아주 예외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지난 연말 MBC 언론관계법 개정안 보도와 관련해 심의위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경고’를 의결했는데, 최근 법원에서는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시에서 ‘비판보도에서 논쟁의 양 당사자를 50%씩 맞추라는 것은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는 바로 행정기관이 내용규제를 할 때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정확히 찍어 준 것이다. 미국은 1987년도에 페어니스 독트린(공정 원칙·fairness doctrine)을 최종적으로 폐기했고,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구 오프콤(Ofcom)도 균형성 심의는 하지만 BBC는 빼놓고 한다. BBC는 외부 행정기관이 감시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한다. 방송이 음란하고 선정적이다, 사행성 유발한다는 것 밖의 문제들까지 행정기관이 심의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과도 맞지 않는다.

김창룡=언론의 견제 감시 대상이 되는 행정기관이 언론을 심의하는 것은 더욱 논란이 된다.

전응휘=방송에 있어 공공의 규제가 통신으로 확산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그런데 지금 보면 오히려 거꾸로 통신규제뿐만 아니라 VOD(주문형비디오) 등 융합서비스도 규제하려는 우려할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이 지금 부딪히고 있는 규제적 딜레마는 현 규제가 자신들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6년 무렵부터 지상파 방송이 무삭제판으로 (방송 콘텐츠를) 인터넷에 배포해 사회적 논란이 본격화 된 사례가 있다. 다른 영역에서는 규제하지 않으면서 지상파 특수성 때문에 규율해야 한다는 게 과연 융합시대에서도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적 도전 앞에서 심의의 근본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게 심의위에 맡겨져 있는 막중한 과제다.

앵커의 넥타이 색깔이나 코멘트까지 규제하려는 것은 융합시대의 차별적 규제로 인한 방송의 불이익과 너무나도 반대방향으로 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가예산으로 지탱하는 이런 규제기구는 끊임없이 규제대상과 폭을 확대하려는 자기속성이 있다. 박 교수는 방송의 음란물이나 선정성, 폭력성에 대해서만 극도로 제한해서 심의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심의의 폭을 더 좁혀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공정성 심의를 당장 폐기하기 어렵다면 심의위원들의 합의방식으로라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다수결로 끌고 나가는 것은 융합시대 규제자 능력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행태라 할 수 있다.

김창룡=방송법상 균형성이나 공정성, 중립성 등을 기계적으로 들이대면 아마 신문방송 할 것 없이 관련법에서 벗어날 뉴스는 없을 것이다. 융합시대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규제에서 탈규제로 가는데 유독 이 부분은 탈규제에서 규제로 진행되다 보니까 문제가 있다는 의견으로 정리된다. 정리하고 마무리하도록 하자. 심의위가 신뢰받지도, 권위를 인정받지도 못하는 이 불행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다고 보나.

전응휘=융합서비스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응하는 것이 본질적인 과제라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그 전제는 방송규제의 근거인 희소주파수자원, 침투성, 시간대별 규제 정당성이 모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침투성만 보자면 인터넷과 비교해 방송만 어마어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간대 침투성도 융합시대에는 의미가 없다. 희소성 하나 남는데 우리나라는 신문매체의 희소성이 방송보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 희소주파수 원리에 입각한 심의규제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기에 방송매체에서 언론의 자유가 공공적 규제보다도 훨씬 강조되어야 한다는 게 융합시대규제기관이 가져야 할 입장이다.

이른바 공공이익에 입각한 규제는 자의적으로 흐르기 쉽고, 위원구성이 정치적으로 편향 배분된 상황에서는 특정 정치집단의 엘리트가치관에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심의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합의로 규제하면서 심의대상을 극도로 제한해야 한다. 점차적으로 사회 자율적 규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심의위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사회가 민주적으로 가고 있다면 어떤 정치권력이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보다는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고, 이에 해당하는 내용규제는 가능한 민간영역에 넘기는 게 맞다.

박경신=먼저 방송심의규정 9조2항(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여당 인사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 해서 균형성 심의를 신청하는 것은 각하해야 한다. 9조4항(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 된다)도 이해당사자를 매우 폭 좁게 해석해서 방송인들이 소신보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통신 쪽은 2002년 헌재 결정에 맞게 심의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에 있는 것들은 헌재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전부다 폐기해야 한다. 영리적인 청소년 유해물과 사행성 게시물 두 가지 외에는 심의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방통위설치법 21조4호의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필요한 사항’ 역시 헌재 결정에 따르면 위헌이기에 삭제돼야 한다. 결국 헌법에 비춰볼 때 심의위가 심의하면 안 되는 부분들을 자율기구로 넘기자는 것이다.

김창룡=이번 좌담회는 심의위가 어떻게든 신뢰를 회복하고 권위를 되찾도록 작은 것 하나부터 찾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마련됐다. 출범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심의위 스스로 심의과정을 되돌아보고 2년 차로 접어들 때는 개선방향을 찾아야 한다. 심의위가 공정성이나 권위를 잃어버리면 존재 의의가 없다. 오늘 제시된 여러 대안을 눈여겨보고 심의위가 권위와 신뢰를 확보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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