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심의가 정치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굉장히 부당한 딱지 붙이기"라며 "위원회는 방송저널리즘원칙과 방송심의규정에 입각해 심의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심의를 당분간 하지 않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는 것은 알지만, 위원회 자의로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양극화된 사회라면 그 때문에라도 (방송프로그램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8일 정오 서울 목동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위원회 출범 1년을 즈음한 그간의 소회와 향후 위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밝혔다. 박 위원장은 먼저 지난 2월 한 언론사 보도로 촉발된 '사의 표명' 논란에 대해 "학교(서울대 교수)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몇 번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다. 마음먹고 나왔는데 중간에 돌아가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 박명진 방통심의위원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위원장은 이어 위원회 구조가 여-야 추천에 따라 6대 3으로 갈린 데 대해 "위원 1명, 1명마다 독립공화국처럼 소신을 갖고 있어 여-야로 나뉜 것은 아니다"라며 "변명이겠지만 이 정도로 복잡한 위원회가 이 정도로 굴러가는 것도 잘 가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또한 '위원회가 모든 문제를 심의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는 "방송이나 인터넷은 사회 그 자체"라며 "이들이 누리는 자유만큼 책임이 있느냐는 것이고, 그 범주에 들어간다면 위원회 업무영역에 들어간다고 본다"고 답했다.

최근 논란이 된 공정성 심의 가이드라인(안)과 관련해서는 "방송사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방송사 자체강령보다 덜 엄격한 것"이라며 "이상한 지침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이는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현재 내부에서 1차 회의를 거친 상태로 앞으로 좀더 깊은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학계의 의견도 듣고 방송사와 합의도 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언론학자 6명에게 의뢰해 제출 받은 총 302쪽 분량의 '방송의 공정성 심의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지난달 6일 공개하고 여기 실린 공정성 심의 가이드라인(안)을 채택할 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박 위원장은 위원회 조직과 관련해 "우리처럼 R&D(연구개발) 기능이 없는 조직은 처음 봤다. 우리 연구비는 1억3000만 원인데 방통위 연구비는 160억 원"이라며 심의제도 개선과 관련된 어려움을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최 위원장을 굉장히 여러 번 만났다. 10번 만나면 최 위원장은 그때마다 '아, 좋죠'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데, 방통위 실무자들이 협조를 잘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2년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방통심의위원장, 언론학자 개인으로서의 바람은 교과서에서 배운 공정성에 논란이 일고 있어, 사회적 합의 수준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인터넷 상 언어가 너무 험한 수준에까지 달했고,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수위 역시 마찬가지"라며 "이런 환경이 개선되도록 다같이 노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른 민간 독립 규제기구다. 박 위원장은 방송개혁위원회 위원(1998년),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위원(2004년) 등을 지냈고 위원장 취임 직전까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도서관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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