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서 나온 MP3플레이어 아이팟터치 사용자들은 무선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옥션 스카이프는 1일 스카이프 스프트웨어를 애플의 응용프로그램 제공 사이트인 앱 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틀 만에 세계적으로 다운로드 회수가 100만 건에 이를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카이프는 아이팟터치 2세대부터 가능하고 국내에는 공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애플 휴대전화 단말기 아이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을 통해 스카이프 가입자들끼리는 무제한 무료 통화, 선불 쿠폰을 구입하면 일반 전화나 휴대전화, 국제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도 있고 070으로 시작되는 수신 번호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이미 스카이프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여러 종류 출시돼 있지만 MP3플레이어에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처음이다. 외국에는 휴대전화와 스카이프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듀얼폰도 일부 출시돼 있지만 국내는 이동통신사들의 반대로 아직까지 이를 지원하는 제품이 거의 없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스카이프를 왕따시키고 있는 이유다. 통신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스카이프를 비롯해 통화료가 무료거나 50% 수준인 인터넷 전화는 이동통신사들의 최대의 적이다. 인터넷 전화 사용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음성통화 사용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매출이 치명적으로 급감하게 된다.

이동통신사들은 스카이프 지원 단말기를 아예 허용하지 않거나 스카이프 설치가 가능한 스마트폰의 경우도 기능을 제한하는 등 의도적으로 보급을 방해해 왔다. 무제한 인터넷 요금제와 인터넷 전화를 결합하면 같은 서비스 가입자들끼리 무제한 무료 통화를 하거나 국제전화도 훨씬 저렴하게 걸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출시된 바 없다.

삼성전자에서 나온 스마트폰 T옴니아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모바일이 운영체제로 들어가 있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지만 스카이프를 설치하더라도 음성이 통화용 스피커가 아니라 외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도록 돼 있다. 별도로 헤드셋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해외에서도 일부 후발 사업자들이 스카이프와 손을 잡은 경우는 있지만 미국의 AT&T나 독일의 T모바일 등 이미 과점 체제를 구축한 대형 이동통신사들은 스카이프 사용을 원천 차단해 왔다. 네트워크 트래픽 부담이 크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본격화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프리프레스라는 시민단체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AT&T가 스카이프 사용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와이파이 뿐만 아니라 무선 인터넷으로 스카이프를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유럽에서도 인터넷전화사업자모임이 꾸려져 유럽 정책당국에 스마트폰의 스카이프 접근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는 한동안 이동통신사 망을 이용한 인터넷 전화 사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최근 한 발표회에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구축한 망을 공짜로 이용하겠다는 건데 이처럼 무임승차를 허용하면 누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설비투자를 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옥션 스카이프는 이동통신사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불만을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옥션 스카이프 관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MP3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넷북과 휴대용 게임기 등 스카이프를 지원하는 휴대용 기기가 늘어나고 있고 장기적으로 4세대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면 인터넷 전화가 오히려 메인 프레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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