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들에게 청년회의 역사와 소모임의 내용을 소개한 것이 주체사상 교양이었다면 청년회의 입회 절차를 거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청년회원들은 모두 주사파입니까?”

지난 6일 현충일 오후 3시께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위치한 서울지방 경찰청 분실 앞에서는 메가폰을 통해 나오는 한 여성의 격앙된 목소리가 좁은 골목길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라사랑청년회는 지난 88년 사랑과 의리, 협조와 단결 등을 덕목으로 그 누구의 지시도 없이 청년들 스스로 만든 단체인데 사회주의 선전, 교양은 말도 안됩니다.”

지난달 28일 나라사랑청년회의 서형준회장과 2명의 여성 회원이 긴급구속된 데 항의하는 집회가 서울지역 민주청년단체협의회의 주최로 1백여명의 청년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앞서 나라사랑청년회 회원들은 지난 1일 이곳 남영동 보안분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지려다 46명이 전격 연행돼 즉결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연사들의 규탄 연설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구호로 지지의 뜻을 표시했다.

이렇듯 고조된 분위기에서 집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한 청년회원이 발언을 자청해 나왔다. 그는 자신이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이라는 사실을 밝힌 뒤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보였다. “구속에 항의하는 표시로 삭발을 했다”고 말을 꺼낸 이 회원은 이어 “어제 신문을 보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이 경찰의 엠바고(보도자제 요청)를 충실히 지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경찰 발표만 그대로 보도하고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는 데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항의하는 뜻으로 신문 위에 혈서를 쓰겠다”며 한 신문의 사회면을 펼쳐 바닥에 놓았다. 그의 뒤를 이어 4명의 청년회원이 더 신문지 위에 혈서를 써 나갔다.

나라사랑청년회는 이번 서형준씨 등 구속사건 보도와 관련해 경찰 발표 내용만을 게재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중재신청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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