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훨씬 넘게 한곳을 출입한 사람에게 새삼스럽게 전문기자라니….” 새삼스럽다. 원래 전문기자였던 사람들에게 갑작스레 그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우리언론에 이제야 전문기자 유행이 돌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부장대우 전문기자 이치구 부장(44)은 그래도 전문기자에 대한 인식이 우리언론에 퍼지고 있는게 다행스럽다. 78년 처음 언론사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수습교육 기간 1년 남짓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이라는 단 하나의 출입처를 가진 그다. 80년부터 87년까지 언론사를 떠나 중소기업중앙회에 근무했던 것도 그에겐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이제 그가 가지고 있는 ‘대표이사’ 명함만도 3천4백개. 그러나 그중 1천개쯤은 이제 쓸모없다. 부도가 나 망해버린 ‘사장님’들의 명함을 보면서 이 부장은 우리 중소기업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기에 대기업들이 경제뿐 아니라 문화까지도 좌우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드러내줄 수 있을 때는 보람을 느낀다.

이 부장은 선배의 제의로 중소기업에 출입하게 됐다. 70년대만 하더라도 중소기업 관련 기사는 단신 하나라도 나기기 힘든 때였다. 반면 취재는 곱으로 힘들어 대표적인 기피 출입처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부장은 해외 취재를 하면서 머리 허연 기자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을 거침없이 토로하는 모습을 보고 중소기업 전문기자가 되야겠다고 ‘작정’했다.

이 부장은 전문기자제도가 주목을 받게돼 다행이다 싶다. 그러면서도 ‘현장’의 감을 익히지 못한 기자들을 무턱대고 전문기자라 부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된다. 박사나 교수는 전문가이긴 하지만 전문기자는 아니다. 언론의 힘은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우리언론 상황에서 데스크가 아닌 현장기자로 자기 밑에 후배기자도 없는 전문기자가 소위 ‘물먹었은 것’이 아닌가하는 인식도 우려된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신문에 신설된 전문기자제도를 후배들이 이용하지 않아 없어진다면 큰일이다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문기자에게 △연수는 원하는대로 보내주고 △동기 기자들중 가장 높은 직급을 주도록 하고 있는 파격적인 조건을 후배기자들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든다.

한국경제신문에는 현재 두명의 전문기자가 있다. 이 부장과 함께 김흥구 부장대우가 전문기자(골프)로 현장을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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