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 장기화로 각 지상파 방송사가 긴축경영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임금협상 결과 임금 동결 또는 일부 반납 수준에서 합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의 경우 노사가 임금 동결에 사실상 합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애초 9.4%의 인상안을 놓고 지난 9월 초부터 회사 쪽과 임금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 4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임금 인상 요구를 철회하고 회사 쪽의 임금 동결안을 수용하기로 결의했다.

SBS 노조는 협상이 두 달 간 진행되는 동안 회사의 경영수지가 급격히 악화한 점과 최근 한 경쟁사의 노조가 상당 수준의 임금 삭감에 사실상 동의한 점등을 고려해 회사 쪽 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석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연말에 일정한 성과가 있을 경우 특별상여금이나 격려금 형태로 성과를 나누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연말 경영 실적을 봐가면서 회사 쪽과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며 “노조가 대승적으로 양보해 회사안을 수용하는 만큼 회사 쪽이 협상 과정에서 제시했던 임금피크제나 능력급제 전환, 시간외수당 정액제 도입 등의 제안은 일단 철회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건비 절감안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던 MBC의 경우 올해 상여금 200%와 연차수당 50%를 반납하는 안에 노사가 잠정 합의, 12일 최종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제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광고 매출 부진 등 경영 난항을 고려해 올해 임금 중 상여 200%와 연차 수당 50%를 반납하는 데 합의했다”며 “그러나 내년 경영 실적에 따라 성과를 나누는 방안을  회사 쪽과 함께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경영 체제’ 속에서 주말특별기획드라마 폐지를 통한 제작비 절감과 항공권 등급 조정, 해외연수 유보, 경비지급 결재 단계 상향 조정 등 경비 절감 방안 등을 내놓은 MBC 쪽은 장기적으로 명예퇴직, 안식년제 도입 등을 통해 인건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MBC 노조 쪽은 “인력을 줄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협조할 의사가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KBS는 지난달 중순 열린 임금협상에서 임금의 5% 삭감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더 이상 진전상황이 없어 타결이 어려울 듯하다”며 “향후 중앙노동위원회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KBS가 ‘2009년 비용예산 배분안 및 예산편성 요구 시준 시행’이라는 문서를 통해 ‘복지카드’ 예산을 50% 삭감하고, 건강검진료를 1인당 15만 원씩 삭감하기로 한 것도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조는 계획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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