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사이버모욕죄 등 인터넷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9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국정감사에서 팽팽히 맞섰다. 여권은 "인터넷은 사회질서위반의 온상"이라며 규제를 강조했지만 야권은 "인권후진적 공안탄압법"이라고 반발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낸 보도자료에서 "과거 독재정권에 긴급조치가 있었다면 이명박 정권에는 본인확인제 확대와 사이버 모욕죄가 있다"며 "이명박 공안정권의 긴급조치 1호는 본인확인제 확대, 2호는 사이버모욕죄"라고 지적했다.

   
  ▲ 천정배 민주당 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천정배 의원은 본인확인제의 문제로 △불합리한 차별성 △추가 비용 △외국 사례 등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신문, 방송 등의 표현활동에 익명 사용이 허용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인터넷 본인확인제는 불합리한 차별적 제도"라고 밝혔다.

천정배 "본인확인제와 사이버모욕죄, 이명박 공안정권 긴급조치"

천정배 의원은 또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이용자 증가에 따라 사이트 운영자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적게는 몇 십만 원부터 많게는 9700여만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며 "중국을 제외하고 OECD 회원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가에서 본인확인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본인확인제를 확대하면 인권후진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천 의원은 사이버모욕죄 도입도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모욕죄조차 존재하는 나라를 찾기 어려운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새로 법을 만들어 사이버 모욕행위를 가중처벌하겠다니 세계적 국가망신이자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고소가 없이도 수사·처벌하게 된다면 수사기관의 자의에 의해 남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를 겨냥해 "방통위가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제출한다면 스스로 법무부의 꼭두각시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공안탄압적 입법을 다른 부처에 강요한다면 법무부의 권위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송훈석 무소속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학계에서는 현행 형법으로 모욕죄를 처벌할 수 있는데도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며 형법의 모욕죄까지 없애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 반시대적 법률"이라고 지적했다며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것보다 사이트 운영자가 필터링과 같은 기술적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닌지" 질의했다.

나경원 "인터넷 불법정보 유통이 갈수록 심각해져"

그러나 한나라당은 포털을 집중 겨냥하며 인터넷 불법정보의 문제를 지적했다. 여권은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나열하며 관련 법 제정을 촉구했다.
 

   
  ▲ 한나라당 나경원 위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나경원 문방위 간사는 보도자료에서 "불법정보 신고 건수, 임시조치 신고 건수 등이 증가 추세다. 인터넷 불법정보 유통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 업체의 경우 포털의 자체 모니터링으로 적발된 불법정보가 2006년 851만에서 2007년 3840만 건, 2008년 7월까지 2837건으로 증가했다. 또 이 업체의 불법정보 신고 건수는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26만9180건으로 전년 12만8717건에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아졌다. 

나 의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기능 및 조직 개선, 임시조치 및 이의신청 프로세스를 명확히 하는 법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구본철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접수된 불법·유해 정보는 2003년 7만3511건에서 2007년 19만1488건으로 증가했고, 2008년도 9월30일 현재 5만3475건 접수됐다"며 "불법·유해 정보 심의실적도 2005년 11만9184건, 2006년 15만 6834건, 2007년 21만6224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구본철 의원은 "자살에서 반국가활동까지 인터넷은 사회질서위반의 온상"이라며 "사이버상의 권리침해, 사회질서위반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으나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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