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회장 김현석)가 이병순 사장의 지난 17일 밤 보복성 사원인사를 "인사폭거"로 규정하며 "사장이 인사철회 및 사과를 하고, 이번 인사 주동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인사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결연히 행동에 나설 것임도 천명했다.

KBS 기협은 19일 아침 발표한 성명에서 이 사장의 사원인사를 두고 "말이 좋아 인사 발령이지, 누가 봐도 비인간적인 대량 보복 인사"라며, "법도 원칙도, 그리고 최소한의 양식과 품위도 없이 진행된 인사 폭거"라고 규정했다.

   
  18일 낮 12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 모여 전날 밤 이병순 사장이 기습적으로 한 보복성 인사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기자협회 "9·17 인사, 비인간적 대량 보복…양식품위없이 진행된 인사폭거"

이번 인사가 보복인사라는 점에 대해 KBS 기협은 "대상자의 상당수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설파해온 당사자들이라는 점, 현 사장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된 점이 그러하다"며 "더구나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해온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무더기로 인사 조치된 점은 현 경영진이 '권력 프렌들리'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KBS 기협은 "공영방송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품위와 격식조차 포기한 일처리 방식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날짜가 바뀌기 직전인 밤 10시 무렵, 당일자로 인사를 내는 엽기성은 지금까지 사측의 행태로 보아 차라리 개그에 가깝다. 인사이동 대상을 먼저 파악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검토한 뒤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인사를 시행하던 관행이 실종됐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KBS 기협은 "상식과 원칙을 포기한 이번 인사는 원천 무효"라며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인사는 조직의 안전성을 깰 뿐이다. 누가 봐도 인사권의 과도한 남용이다. 이병순 사장은 원칙도 상식도 없는 이번 인사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식 밖의 인사안을 밀어붙인 책임자를 가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병순 등 경영진 '권력 프렌들리' 감염…인사 철회·인사책임자 처벌하라, 거부 시 행동"

보도본부장에 대해서도 KBS 기협은 "보도본부장이 이번 인사 조치에 일말의 거리낌도 없다면 인사에 적용된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보도본부 인사의 실무를 맡아온 보도총괄팀의 직원들도 모르는 새 감쪽같이 진행된 인사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미 스스로 자격없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18일 낮 12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 모여 전날 밤 이병순 사장이 기습적으로 한 보복성 인사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기협은 "이번 인사 전횡에서 나타난 안하무인식 밀어붙이기가 향후 직제개편과 편성에서도 반복될 경우 조직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며 보도본부장에게는 인사대상자 선정과 조치의 기준, 보복성 인사 단행 경위에 대한 해명을, 사장에게는 인사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KBS 기협은 "만약 충분한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 사장은 관제사장임을 시인한 것으로, 본부장은 권력의 재하청 관리인으로 받아들이고 양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 결연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KBS 기자협회가 이날 아침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9·17 대량 보복 인사를 철회하고 주동자를 처벌하라!

지난 9월 17일, 공영방송 KBS의 양심에 대한 홀로코스트가 자행됐다.

이른바 사측은 밤이 이슥한 시간, 직원 90여 명에 대해 기습적인 대량 인사 발령을 발표했다. 말이 좋아 인사 발령이지, 누가 봐도 비인간적인 대량 보복 인사이다. 법도 원칙도, 그리고 최소한의 양식과 품위도 없이 진행된 인사 폭거였다.

우선 인사의 내용이 누가 봐도 보복 인사다. 대상자의 상당수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설파해온 당사자들이라는 점, 현 사장 체제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된 점이 그러하다. 더구나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첨병 역할을 해온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무더기로 인사 조치된 점은 현 경영진이 ‘권력 프렌들리’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또한 공영방송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품위와 격식조차 포기한 일처리 방식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날짜가 바뀌기 직전인 밤 10시 무렵, 당일자로 인사를 내는 엽기성은 지금까지 사측의 행태로 보아 차라리 개그에 가깝다. 인사이동 대상을 먼저 파악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검토한 뒤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인사를 시행하던 관행이 실종됐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사권자와 인사 대상자의 상호 존중 아래 일정한 원칙과 규칙을 정해 인사를 시행하던 전통을 통째로 무시한 점은 과거 인사권자의 전횡을 복원하려는 불순한 시도라고 의심받아 마땅하다.

상식과 원칙을 포기한 이번 인사는 원천 무효다.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인사는 조직의 안전성을 깰 뿐이다. 누가봐도 인사권의 과도한 남용이다. 이병순 사장은 원칙도 상식도 없는 이번 인사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식 밖의 인사안을 밀어붙인 책임자를 가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보도본부장이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만약 일말의 거리낌도 없다면 인사에 적용된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도본부 인사의 실무를 맡아온 보도총괄팀의 직원들도 모르는 새 감쪽같이 진행된 인사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미 스스로 자격없음을 시인한 것이다.

해당 팀장도 모르고 본인에게도 협의하지 않은 안하무인식 인사에 대해, 진실 추구를 생명으로 아는 공영방송인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우리는 이번 인사 전횡에서 나타난 안하무인식 밀어붙이기가 향후 직제개편과 편성에서도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만일 이 같은 방식을 반복하게 될 경우 조직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

우리는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부장에게 이번 주말까지 이번 인사대상자 선정과 조치의 기준, 그리고 이렇게 보복성 인사를 단행한 경위를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병순 사장은 즉시 이번 인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충분한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우리는 사장이 스스로 관제사장임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본부장을 우리의 존경하는 선배가 아니라 권력의 재하청 관리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우리의 양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 결연하게 행동에 나설 것이다.

2008. 9. 18 KBS 기자협회(19일 대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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