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그의 인쇄술은 성서를 일반인들의 시야속으로 끌어 들임으로써 중세교회의 권위체제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인쇄로 찍어낼 수 있는 인쇄물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쇄기도 비쌌지만 인쇄기가 많이 저렴해진 뒤에도 인쇄물의 유통경로는 사회적 통제를 받기에 충분할 만큼 제한된 경로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리꾼 표현행위 낱낱이 모니터링 통제?

인터넷을 구텐베르그 이후의 최대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구라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즉시 출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로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세계 구석구석에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출판과 유통의 사사화”(私事化)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일방향 소통과 달리 인터넷은 표현행위에 대한 실시간/비동시적인 반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표현과 피드백이 뒤섞이면서 새로운 정보를 추가적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에서의 의사소통행위는 상당부분 진행형이며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살아있는 담화나 담론과 유사한 형태로 진화한다.

원래 사회란 수백 만 명의 사람이 동시에 토해내는 수많은 이야기들로 가득 찬 담화와 담론의 세계이다. 이러한 담화나 담론은 예의나 관습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통제되고 있을 뿐이며, 개개인의 사사로운 의사소통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날 세계 어느 사회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무수한 누리꾼들의 표현행위에 대해서 이것을 하나하나 모니터링해서 통제하겠다는 황당하고도 끔찍한 생각은 통용되지 않는다. 물론 타인의 사적인 생활영역을 침해하였다든가 명예를 훼손하였다든가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표현행위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이른바  “불법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해” 포털과 같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이것은 최근 공개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제1항의 불법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하여 불특정 다수인(특정 다수인을 포함한다)에게 공개되는 정보에 대하여 모니터링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생산해서 제공하는 표현행위의 주체는 바로 누리꾼 자신이다. 그런데 이 법조항은, 누리꾼의 표현에 대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모니터링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해서 불법정보의 유통을 막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누리꾼의 표현이 나중에 문제라는 사실이 규명된다면 단순히 문제가 된 누리꾼뿐만 아니라 그러한 표현행위가 이루어지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한 사업자 역시 손해배상과 같은 동반책임을 무조건 지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즉, 통신서비스 사업자가 웬만하면 알아서 직접 누리꾼들의 표현을 통제하라는 것이다.

사업자에게 책임 떠 넘겨

   
  ▲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현재 불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의 의무는 검찰과 경찰에 있다. 또한 온라인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표현에 대한 내용규제의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있다. 결국 문제가 된 불법정보가 있다면 그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은 검경과 방통심의위가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입법시도는 반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비겁한 행위이다. 헌법적인 권리인 누리꾼들의 표현행위에 대하여 사업자가  감히 자의적인 표현규제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책임을 사업자에게 떠넘겨서 표현규제행위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를 회피해 보겠다는 교활함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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