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문화일보와 20일 조간신문들에 걸쳐 크게 보도된 주부윤락단에 대한 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멀쩡한 주부들이 대낮에 집을 비우고 윤락행위를 한다는 것자체가 충격적이었고 ‘세상이 어디까지 가는건가’하는 허탈감을 심어주는 기사였다. 그러나 이 기사가 자칫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곡절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에 의해 ‘킬’된 내용이 3일만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과정을 통해 발표저널리즘의 한계에 대한 또 다른 한 단면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경찰이 이번 수사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은 지난 16일 오후. 이에 따라 J일보와 S일보는 이날 최초로 관련기사를 1단으로 내보냈다. ‘야마’는 윤락을 중매하는 결혼상담사 대표 1명을 구속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17일 오전, 이 수사를 맡은 서울 동대문서 강력 2반장이 기자실에 들러 상대방이 주부라는 사실을 포함, 한번 더 사건 내용을 설명했다. 그날 대부분의 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했지만 역시 ‘결혼상담회사 대표 구속’이라는 내용이었고 결국 활자화되지는 못했다.
이때까지 필자를 포함해 누구도 주부들의 실체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한채 이번 사건은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강력반장의 한마디가 생각나 필자가 18일 오후 우연히 강력반에 들렀을때 사건은 생각 이상으로 방대한 내용이었다.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의 부인, 보험회사 과장 부인, 유학녀, S여대 졸업생 등 고학력의 주부들이 비밀장부에 빼곡히 적혀 있었던 것이다.
대규모 중산층 주부윤락단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었고 이는 10대의 성문란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J일보와 S일보는 자신들이 첫 보도를 해놓고도 19일 문화일보의 ‘주부윤락단 적발’ 기사를 보고 다시 한번 기사를 쓰는 쓰라림을 맛보아야 했다.
“내가 왜 그걸 추적하지 않았지…”(한 기자의독백), “취재하러 오는 기자들이 없었다”(담당형사)는 말들이 겹쳐져 이번 사건의 교훈으로 남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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