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전 사무총장 인운섭씨(62)가 재직 기간동안 한서대 신방과 교수로 근무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3년 6개월간 방송위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7월말 퇴사한 인씨는 퇴직 4개월 전인 올해 3월 1일부터 충남 서산에 소재한 한서대 신방과 학과장직을 겸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약 4개월간 ‘이중취업’을 했던 셈이다.

한서대 교무과측은 “인 교수가 3월 1일자로 전임 교수로 임용됐으며, 이 기간동안 급료도 정상적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인 전 총장은 올해 신설된 이 대학 신방과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과 사회’라는 과목을 매주 강의해 왔다. 방송위 사무총장직은 사실상 방송위 살림을 총괄하는 비중있는 자리. 방송위 위원장이 임명하지만 반드시 방송위원들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에 명시돼 있다.

현재 방송위 규정에는 사무총장의 ‘겸직 규제 조항’은 없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별도 규정을 둘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사무총장이 다른 일을 겸임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무총장 보다 한 단계 높은 직위인 부위원장들도 부임과 함께 자신이 몸담아오던 직장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오는 것이 관례이다. 그럼에도 인 전 총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충남 서산에 내려가 강의를 하고 다음날 서울로 올라오는 일과를 반복했다.

문제는 인 전 총장이 교수직을 겸직해온 사실을 방송위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 만일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면 인사관리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것이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다소 말들이 엇갈린다. 방송위측은 인 전 총장이 “시간강사 자격으로 대학에 출강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밝혔다. 정식 교수로 임용돼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방송위는 지난 7월말 인 전 사무총장이 오는 8월부터 한서대 교수로 부임한다는 보도자료를 돌리기도 했다.

인 전 총장은 자신의 교수 겸직이 순전히 대학측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빚어진 ‘사무적 착오’였다는 주장이다. 인 전 총장은 “지난 10월말 교수직 제의가 있었다. 당시 방송법이 통과되기 직전이었고 통합방송위 출범과 함께 대학으로 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방송법이 국회에서 보류되면서 계속 방송위에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학측에 겸직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으나 대학측이 신설된 학과를 맡아줄 사람이 없다며 간곡하게 도움을 요청해 ‘초빙교수’ 형태로 근무키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무조건을 방송위에 설명했고 이 부분에 대해 내락을 받았었다는 것이다. 인 전 총장은 “최근 고위직 공무원 사회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초빙교수로 알아 급료조차도 입금되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위가 어찌됐든 방송위나 인 전 총장 모두 이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이다. 당사자가 방송위를 떠난 마당에 해묵은 문제를 다시 들출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선 방송위가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과 비중을 감안할때 좀 더 세심한 인력관리가 요구되고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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