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사장 하금열)가 지주회사 전환을 다시 추진한다.

SBS는 오는 20일 이사회를 개최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회사분할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16일 공시했다. 지난 2월28일 SBS 주주총회에서 의결 정족수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회사분할안이 부결된 지 5개월여 만에 시도되는, 올해 들어 두 번째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이다.

지난 6월5일부터 지난 9일까지 한 달여에 걸쳐 장내매도와 시간외매매로, 6.35%에 이르던 귀뚜라미홈시스 지분 전량과 귀뚜라미보일러 지분 일부(1.82%), 나노켐 지분 전량(1.02%), 귀뚜라미복지재단 지분 전량(0.06%) 등을 포함해 약 9.38%에 달하는 귀뚜라미그룹의 보유 지분이 매각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SBS의 지주회사 전환 재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왔다. 지난 2월 주총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회사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던 창업주주와 특수관계인 28명 속에 귀뚜라미그룹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그룹의 지분 매각에 따라 지난 5월까지 1012만2191주(38.82%)에 달했던 한주흥산, 귀뚜라미보일러, 대한제분, 일진그룹 등 창업주주들로 이뤄진 '컨소시엄'의 보유 주식도 현재 764만888주(29.30%)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들은 지난 2월 주총 당시 "경영참가 목적으로 SBS 주식 1006만2191주(38.59%)를 보유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며 SBS의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쪽으로 의결권을 공동 행사키로 밝힌 바 있다.

귀뚜라미 쪽의 이번 지분 매각은 지난 2일 민영방송 교차소유 제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에 '지상파방송사업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를 초과해 다른 지상파방송사업을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그룹은 4월 말 현재 SBS뿐만 아니라 대구방송(25.03%), 전주방송(15.90%), 강원민방(1.00%) 등의 주식을 함께 보유하고 있으며, SBS 지분을 4.01%, 4.99%씩 소유하고 있는 한주흥산과 일진그룹도 각각 제주방송(30.00%)과 전주방송(30.00%)의 최대주주다.

SBS는 지난 2004년 말 방송위원회의 재허가추천 심사를 어렵사리 통과한 뒤 이듬해 4월 노동조합과 시청자위원회 등을 포함한 'SBS 민영방송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민방특위의 제안을 받아들여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한 지주회사제 전환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주요 주주 가운데 상당수의 반대로 지난해 주총 안건으로도 상정시키지 못한 데 이어 지난 2월 주총에서는 회사분할안이 부결됨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에 실패한 바 있다.

최영범 SBS 정책팀장은 "창립주주들의 전폭적 동의가 있어야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귀뚜라미 쪽의 지분 일부 매각으로 객관적 여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해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BS 이사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귀뚜라미그룹의 주식 매각으로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에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지주회사 전환이 성사되면 민영방송의 공익성과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생각보다 빨리 추진되는 감이 없진 않지만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돼 자연스럽게 추진될 일이었고 지난 2월에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했던 주주들도 전환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만큼 큰 대립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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