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케이블TV의 요금 인상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관한 기사를 보면 방송에서의 공익이라는 이념과 실제사이에 격차를 느끼게 한다. 한국의 방송정책에서 공익 이념이 강조돼 왔지만 ‘지상파TV의 난시청 해소‘라는 가장 기본적인 시청자의 필요조차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케이블TV의 요금 인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조금은 엉뚱한 해법이 도출되고 있다.

이래저래 손해만 보는 시청자

   
  ▲ 권호영 논설위원·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일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요금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수신료를 2∼3배 인상하면서 가입자들의 반발을 사게 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보도에 의하면 방송위윈회가 방송발전기금의 징수 대상에서 케이블TV 의무형 상품 매출액을 제외해 케이블TV 의무형 상품을 활성화하고, 난시청지역의 기초생활수급 세대에 대해서는 의무형 상품 수신료를 공적자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케이블TV의 의무형 상품은 케이블TV 사업자가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상품으로 주로 지상파 채널과 공익성 채널로 구성된다. 방송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5년 12월 기준으로 89만여 가입자가 평균 22.8개 채널을 보면서 평균 월 2723원을 지불하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케이블TV의 급작스런 요금 인상 민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의무형 상품의 활성화 내지는 지원을 들고 나온 배경의 하나는 지상파TV의 난시청으로 보인다. 만약 케이블TV 가입자가 공급자의 요금 인상이 부당하다면 가입을 해지하면 된다. 그러나 가입자들이 해지를 채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료방송을 통하지 않고서는 지상파TV를 시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상파TV의 난시청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KBS가 지상파TV 난시청 가구를 집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인위적인 난시청가구가 제외되고 있다. 아날로그TV의 경우 난시청 가구가 40%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디지털TV의 경우 난시청 가구는 아날로그TV에 비해서 적다고 알려져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난시청 문제를 외면해 왔다. 한 예로 수신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KBS는 지난해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로 4758억 원을, 난시청 해소에는 21억 원을 사용했다. 지상파는 난시청해소에 투자를 게을리 한 원죄를 안고 있다(전자신문, 2006년 5월 5일자). 난시청 해소에 소홀한 투자로 인해서 케이블TV가 급격히 성장했고, 이에 대해서 지상파 방송사가 위협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공익 앞세우며 난시청 해소 못해서야

지상파방송사는 디지털TV 난시청 해소를 위해 공동주택의 공시청 시설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공동주택의 경우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분리배선을 하지 않음으로써 공시청망을 통한 시청이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리배선을 한다고 하더라도 신호자체가 약한 지역에 있는 공동주택의 가입자들은 여전히 지상파를 통해서 TV를 시청할 수 없다. 한국의 방송정책은 공익이념으로 재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3사와 지역 방송사들은 방송정책의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공익이념을 전가의 보도로 사용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방송에서의 공익은 정치적 독립성, 내용의 다양성, 질적 수준 보장 등 방송의 내용물에 대해서만 주로 다루어져 왔다. 사회구성원 누구에 대해서나 방송서비스의 혜택이 폭넓고 고르게 돌아가야 한다는 측면에서의 공익을 강조하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소홀히 했고 방송 규제기관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방통융합 시대에 공익 개념이 새로이 정립돼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지만 그 모양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 하루빨리 논의가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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