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는 각종 사회 비리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인이 연루되고 있는 현실 앞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풍자금’과 관련해 또다시 언론인이 연루됐다는 수사결과가 발표돼 언론계를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잠시 스쳐 지나간 듯 하지만 언론계가 주목해야 될 또 다른 사건도 있었다. 서동구 전 KBS 사장의 임명과정에서 불거진 ‘78년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이 그것이다. 서 전 사장 본인의 해명과 당시 기자로 활동했던 중견 언론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다면 당시에도 그랬고 서 전 사장 개인적으로는 꽤 억울한 점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한가지 교훈은 새겨볼 만 하다. 비리 연루는 ‘시한폭탄’처럼 두고두고 개인의 삶을 괴롭힐 것이라는 사실이다.

언론계는 유신정권이 극에 달하던 지난 1978년 7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에 언론인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사실을 접하고 경악했다. 정·관계 고위 공직자 등 모두 220여명이 현대측으로부터 뇌물성 특혜분양을 받은 것으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해이에 분노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언론인들은 무려 37명이나 됐다. 조모 동아일보 기자, 엄모 서울경제 기자는 2가구를 분양 받았는가 하면 이모 동아일보 기자 등 4명은 분양을 받았다가 되팔았고, 경향 동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조선 중앙 한국 매일경제 서울경제 동양통신 DBS(동아방송) TBC(동양방송) MBC KBS 등에 소속된 언론인들도 모두 31명에 이르렀다.

25년이 지났지만 당시 발표된 명단을 살펴보면 지금도 낯설지 않은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한나라당의 부총재를 지낸 C모 의원, 현재 스포츠지 고위간부인 M모씨, 모방송사 앵커출신으로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P모씨 등이 그들이다. 결국 언론사들은 당시 사건을 ‘희대’라고 표현해 가며 흥분해 놓고도 그때나 지금이나 비뚤어진 ‘보듬기’로 연루자들을 감쌌다. 그들은 잠시 몸을 낮췄다가 지금도 언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아파트 사건이 터지게 된 배경에는 정사와 야사가 전해진다. 정사는 특종기(기자협회보 7월 27일자)에 따르면 합동통신 이실(전 경향신문 주필) 기자가 당시 서울지방에 내린 호우로 물난리를 겪어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복덕방 업자들로부터 우연찮게 고위공직자들이 특혜분양에 연루돼 대거 옷을 벗었다는 소문을 듣게 된 것이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철권통치가 이뤄지고 있던 터라 이 기자는 보도 뒤 아내에게 ‘계백장군류’의 말까지 남겼지만 청와대는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고, 검찰의 조사를 통해 모든 전모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야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 중앙일간지 사주가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이 우연히 “탈렌트 H씨가 모일간지 사주로부터 현대아파트 한 채를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사실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되면서 불거졌다는 것. 이 부분은 당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관련 사주의 이름을 보도한 바 있고, 이에 대해 사주 본인은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다만 둘째 아들이 분양신청을 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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