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7년 봄에 서울을 떠나 2년 넘는 기간 동안 바티칸까지 약 9,000km를 걷는 ‘생명탈핵실크로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4,000km 넘게 걸었고, 올 겨울 다시 인도를 걷는 중이다.
인도여행은 위험한 데가 있다. 오랜 세월을 내려온 카스트 차별이 남아 문명의 밝음과 ‘정글’ 같은 어둠이 공존한다. 하지만 위험의 확률로 따지면 어느 사회나 별 차이 없다. 미국의 ‘총기난사’나 한국의 ‘가짜뉴스’는 얼마나 위험한가? 인도는 인구가 13억이나 되다 보니 요즘같은 정보화 세상에 나쁜 소식이 들릴 일도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일단 관광지나 도회지를 벗어나면 농촌의 인심은 여느 나라나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인도 농촌은 기후변화시대에 지구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아니 웬 ‘소똥’을 그렇게 정성들여 반죽 하나?’ 필자가 작년말 인도 농촌을 걷기 시작할 무렵 아낙네들을 보고 의아했다. 하지만 금새 의문이 풀렸다. 식당에 들렀더니 인도 특유의 ’짜이‘라는 차를 끓이는 화덕에 그 말린 ’소똥‘이 불타고 있었다. 연기는 조금 나지만 냄새는 전혀 없다. 감탄스런 연료다.
하지만 사람의 똥오줌은 큰 문제다. 널리 알려졌듯이 인도농촌은 화장실을 갖추지 못한 농가가 절반이 넘는다. 예전에는 집안에 화장실을 두지 않는다는 종교적 이유도 있고 평원을 비옥하게 한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그들도 치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최근 급속도로 개선되는 편이다. 이 문제를 별도로 한다면 인도농촌은 특유의 장점이 가득하다.
소의 유용성은 소똥뿐이 아니다. 농경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육식 하지 않는 그들에게 언제나 신선한 우유를 공급한다. 우유로 짜이도 만들고 라씨라는 발효우유죽을 만들어 먹는다.
이들의 먹이가 되는 잡초가 귀하다. 자랄 틈이 없다. 그래서인지 비닐농사를 찾아볼 수 없다. 볏짚은 더 귀하다. 소 먹이 뿐 아니라 소똥 말리는데 부재로 쓰여야 한다. 농가의 웬만한 건물의 지붕이나 벽재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볏짚은 농가의 귀중한 재산이라서 가을 수확 후 일 년 내내 잘 관리한다.
인도의 평원지대는 대체로 점토질의 토양이다. 때문에 지하로 물이 스며들 때 수질이 정화되는 편이어서 오랫동안 우물을 식수로 활용해왔다. 최근 마을마다 수동펌프가 널리 보급돼 위생적으로도 안전하다. 물 문제도 순환형으로 해결한 셈이다.
점토의 용도 또한 다양하다. 어디서나 손수 물레를 돌려 질그릇 만드는 장면을 본다. 옹기부터 찻잔까지 그릇을 짓고 말리고 굽는다. 농가는 주로 벽돌로 짓는데, 그 벽돌도 점토를 구워서 만든다. 수명이 다한 낡은 집이 허물어져도 그 벽돌은 흙속으로 돌아가기 쉽다. 도시에서 신경써야 할 건축폐기물 문제가 없다. 순환적이다.
또 벽돌외에 볏짚과 흙벽으로 짓는 건축물은 수명이 짧아서 손이 많이 가는 단점은 있지만 그 자체로 에너지 절약적이다. 그래서인지 전기줄 없는 곳이 대부분임에도 삶에 문제가 없다. 다만 휴대폰 보급이 늘고 그 충전 때문에 태양광 패널들이 농촌 구석구석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온대지방에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원래 우리도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