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에는 등록된 정기간행물이 1만7904개에 이릅니다. 등록 기준으로 지역 기반 일간신문 176개를 포함해 지역 기반 매체가 8453개나 됩니다. 뉴스가 폭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만큼 저널리즘도 풍성해졌을까요?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는 하루 3만 건의 기사가 쏟아집니다. 과연 이렇게 많은 기사가 한국 사회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을까요?

줄리아 카제 프랑스 시앙포스대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언론사가 늘어났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뉴스의 생산량이 줄어들었습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뉴스가 줄어들면서 정치 현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지방 선거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저널리즘의 위기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격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기자 수도 늘어나지 않았고 다루는 주제 범위는 오히려 좁아졌습니다.

 

한국의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한국의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한국의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한국의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지난해 콜롬비아저널리즘리뷰에서 발표한 ‘뉴스의 사막 지도’를 보면 미국에서는 지역 단위 일간신문이 하나도 없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90년에 신문기자가 45만5000명에 육박했으나 2016년에는 17만3000명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 지난해 콜롬비아저널리즘리뷰에서 발표한 ‘뉴스의 사막 지도’
▲ 지난해 콜롬비아저널리즘리뷰에서 발표한 ‘뉴스의 사막 지도’

경영이 좋지 않아 문 닫는 언론사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고 대형 언론사들의 지역판으로 흡수되는 경우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수익 다변화에 실패한 군소 언론사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뉴욕의 지역 신문이었고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의 지역 신문이었지만 전국 단위 신문이 됐고 글로벌하게 읽히는 신문이 됐죠. 지역 신문이 지역의 독자들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카리나 테너(Carina Tenor) 런던정치경제대 연구원은 “지역에서는 가짜 뉴스가 문제가 아니라 뉴스가 아예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뉴스의 사막은 어디일까요? 한국에는 여전히 많은 지역 신문이 있지만 과연 지역의 현안을 충실히 다루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서울의 지역 뉴스가 없죠. 많은 지역 언론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충분한 독자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류동협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는 최근 월간 신문과방송 기고에서 “뉴스의 사막의 확산이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민주주의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존립 자체도 위태롭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역 신문사가 구축한 공동체 감시와 네트워크가 붕괴하고 있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합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 사회와 언론’에서 “한국 신문의 90%가, 방송 프로그램의 90%가 서울에서 제작되고 신문 지면과 TV 화면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채워진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중앙언론의 과잉, 지역 언론의 부재 혹은 부실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모순의 희생자들은 지역주민들”이라는 것이죠.

미국의 비영리 조직 ‘리포트 포 아메리카(Report for America)’는 2022년까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언론사들에 언론인 1000명을 파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포 아메리카 펠로우십은 1~2년 단위로 진행되고 지원 금액은 4만 달러입니다.

디지털 전환은 전국 단위 언론사들 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사들에게 더욱 절박한 과제입니다. 이제 뉴스가 패키지로 팔리고 읽히는 시대가 아니고 독자들은 소셜과 모바일로 멀찌감치 옮겨가 있습니다. 광고의 시대가 끝났다는 진단도 나오고 해외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와 온라인 정기 구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민주주의의 존립과 연결되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영국의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방 의회가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직접 하이퍼 로컬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지방의회 의원도 있고요. 지역 사회의 현안을 다루는 블로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역의 사건이 전국 단위 뉴스로 확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글은 지난 1월 불레틴(Bulletin)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뉴스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습니다. 누구나 동네 소식을 기사로 만들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앱입니다. 지역의 교통 상황이라든가 동네 서점의 신간 입고, 고등학교 스포츠 경기 중계 같은 소식을 전달하는 하이퍼 로컬 뉴스를 지원하겠다는 거죠. 홍수로 폐쇄된 도로 상황을 알리는 기사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또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 뉴스가 전국 단위 뉴스가 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시민 기자의 뉴스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 팩트 체크와 교차 검증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느냐 등등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만 하이퍼 로컬(hyper-local) 뉴스가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역신문발전법을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이 법은 6년 시한 법률로 제정돼 그동안 두 차례 연장됐는데요. 일반법으로 바꾸고 정부 지원금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발의한 네이버-지역신문상생법도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지역 언론사의 비율을 일정 부분 할당할 것을 명문화하는 법안입니다.

제도적 지원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스토리텔링 전략, 그리고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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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의 혁신과 공동체와 독자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가 부산에서 열립니다. 올해 4회째 열렸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가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언론인들의 요청으로 부산으로 찾아갑니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와 김대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키노트를 시작으로 이홍천 일본도시대학 교수와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등이 로컬 저널리즘의 방향과 전망을 이야기합니다. 김민성 한국경제신문 뉴스래빗 팀장과 권재휘 구글코리아 매니저가 지역 언론에서 활용할 수 있는 뉴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을 소개합니다. 김승일 부산일보 디지털본부 본부장과 김욱 부산공감 운영자, 복성경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가 현장의 고민과 사례를 소개합니다. 마시즘과 어반플레이, 부산도시재생센터 등의 로컬 콘텐츠의 다양한 가능성도 살펴봅니다. 구글코리아에서 지역 언론의 유튜브 전략과 수익화 방안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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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부울경 에디션은 부산울산경남언론학회와 미디어오늘이 공동 주최하고 동아대와 부산민언련이 공동 주관합니다.

로컬 저널리즘, 독자와 공동체의 발견. 등록 마감이 하루 남았습니다. 12월14일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다우홀에서 뵙겠습니다.

http://localjournalis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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