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20일자 6면에 ‘비핵화는 제자리고 경협만 과속, 낙제점 선언’이란 제목으로 ‘국내 전문가들 반응’을 다뤘다. ‘낙제점’, ‘우리 안보 이익 훼손’,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비핵화는 제자리’, ‘경협 과속’ 등의 극단적 표현으로 평양 선언을 맹비난했다. 아래는 조선일보가 20일자 6면에 평양선언을 비판한 두 전문가의 지적을 담은 기사 내용이다.

▲ 한국일보 1면
▲ 한국일보 1면
조선일보 평양선언 국내 전문가 평가 ‘낙제점’

“낙제점이다. 미국 내 여론은 분명 부정적일 것이다.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철도 연결 착공식을 합의한 점도 논란거리고, 군사 분야 합의 역시 우리 안보 이익을 훼손한 부분이 있다. 우리가 비교적 장점이 있는 재래식 군사 분야 우위를 상쇄하는 건 맞지 않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종전 북한 태도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합의라고 평가한다. 비핵화는 제자리고 경협은 과속이다. 결국 남북 정상회담이 비핵화를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보였다. 남북 경협 과속으로 한미 동맹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 조선일보 6면
▲ 조선일보 6면

조선일보 “본질은 손 안대고 변두리만 건드렸다”

조선일보는 20일자 1면 머리기사에 ‘김정은 핵 없는 한마디에… 공중정찰·해상훈련 포기’란 제목을 달고 “핵 리스크·비핵화 일정은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전문가 입을 빌려 “우리 군사력 약화, 전력증강 힘들어”졌다고 지적했고, 자유한국당의 입을 빌려선 “사실상 안보 포기”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2면 머리기사도 ‘현재 핵 문제는 빼놓고…조건부 영변 핵폐기 카드 꺼내들어’란 제목을 달아 실질적 위협요소인 북한의 핵무기·핵시설 리스트는 언급 없었다며 본질은 손 안대고 변두리만 건드렸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3면 머리기사도 ‘북핵·장사정포 그대론데…우리는 스스로 눈 가리고 손 묶었다’는 제목을 달아, 한국일보가 ‘사실상 불가침 선언’(4면)이라고 표현한 남북 군사대결 완화책 합의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3면 아래쪽엔 ‘비행금지구역 확대에…미 정찰기 운용때 한국과 이견 가능성’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조치가 “미국 대북 제재와 충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3면에 ‘서해 훈련중단 수역 황당한 양보, 우리쪽이 북한보다 35km 더 길다’는 제목의 기사에선 우리가 북한에 밀렸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 위에서부터 조선일보 1,2,3면 기사제목
▲ 위에서부터 조선일보 1,2,3면 기사제목

조선일보의 깨알같은 비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5면 머리기사는 ‘남북철도 착공해도 비핵화 진전 없인 먼 길’이란 제목을 달아 철도 연결공사가 제재에 묶여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8면 사이드기사도 ‘한미는 물론 유엔 제재 대상인데…文대통령 만수대 창작사 방문’이란 제목을 달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제재를 무시했다는 점을 암시했다.

중앙일보 ‘종전선언-영변 폐기 맞교환 제시’

중앙일보도 이날 ‘서해 훈련중단구역 북 50km 남 85km…NLL 무시했나’(2면), ‘철도·도로 연결 연내 착공 못 박아…제재 해제가 관건’(4면)이란 제목의 기사를 써 평양선언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1면 머리기사엔 ‘김정은, 미국 상응조치 땐 영변핵폐기’라는 제목으로 균형을 맞췄다.

동아일보도 이날 1면 머리기사에 ‘김정은 종전선언-영변 폐기 맞교환 제시’란 제목을 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첫 언급”한 점과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표현한 점을 평가했다.

▲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동아일보는 2면 머리기사도 ‘김정은 11월이후 방문 유력…트럼프 동시방한 종전선언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긍정적 전망으로 보도했다.

확연히 다른 조중동 세 신문 사설

조중동 세 신문의 사설도 확연히 달랐다. 조선일보는 ‘북핵 폐기 실질 진전 뭐가 있나’는 제목의 사설에서 평양선언이 사실상 빈껍데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진일보한 평양회담 성과…비행화 실천에 달렸다’는 제목의 사설로 평양선언 자체를 긍정 평가하면서 앞으로 실천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김정은 핵무기·위협 없는 평화…미 핵우산도 겨눴다’는 제목의 사설로 북한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고 준비한 점을 지적했지만, 평양선언 자체를 조선일보처럼 ‘낙제점’이라고 평가하진 않았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 중앙, 동아일보 사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 중앙, 동아일보 사설

한국일보 ‘사실상 불가침 선언’

한국일보도 1면 머리기사에 ‘구체적 비핵화 카드 처음 내민 김정은’이란 제목을 달아 동창리 시험장 폐기·검증과 미국의 상응 조치란 단서를 달았지만 영변 핵시설 등을 폐기한 것을 ‘김정은 전 세계에 비핵화 의지 육성 천명’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NLL·DMZ 적대관계 해소 등을 남북 군사긴장 완화 합의라고 부르며 성과로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4면 머리기사에 ‘육해공 모두 적대행위 금지구역 설정… 사실상 불가침 선언’이란 제목을 달아 이번에 합의한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책을 사실상 불가침 선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물론 한국일보도 10면에 ‘북과 최선의 접점 찾았지만… 美 움직일 카드 될지는 미지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앞으로가 변수라고 지적했지만, 평양선언 자체를 폄하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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