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소비자’를 ‘전달자’로 만들었던 것이 페이스북 가치
페북을 떠나느냐 마느냐, 사람들은 단지 이것을 고민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페북 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지우느냐 마느냐라기보다는, 외려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이다. 페북이 없으면 소셜커뮤니케이션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는 건 아닐까. 페북을 없앤다 한들, 이용자들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이런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페북을 안 하던 시절, 심지어 오프라인 시절이 더 좋았었다는 식의 과거 찬양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려 이는 사이버 공간과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불신만 부추기는 공허한 찬양일지 모른다.
흔들리는 페이스북, 인터넷 시장의 독점구조를 깰 기회
국내에서 네이버가 뉴스를 독점하고 있듯, 글로벌 시장에선 구글과 페이스북이 뉴스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페북 이용자 이탈 흐름은 이 독점구도에 균열을 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외려 페북의 위기는 기회다. 인터넷 시장의 독점구조를 깰 수 있는 기회다. 더구나 페북이 지난 몇 년간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를 만들지 못하면서 10대~20대 젊은 층은 스냅챗 같은 새로운 소셜앱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스냅챗은 국내 이용자는 적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페북 못지않은 위상을 보이고 있다.
요즘 스타트업이란 쿨한 말을 많이 듣는다. 페북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 “어떤 세계에 살고 싶은가” 였다면, 이제 기회는 스타트업에 있는 셈이다. 이제 페북의 시대도 저물고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건 지금의 방식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스타트업이 또다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가. 이제 디지털 시대를 또다시 뒤흔들 컨셉이 필요하다. 세계는 새로운 소셜 테크놀러지를 향한 사유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페북 저편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헤겔Hegel의 사유가 담긴 플랫폼 변증법의 사상이 디지털 시대에도 요구되고 있다. 그의 통합논리는 오늘 소위 해체의 시대에 잘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2보 전진, 1보 후퇴라는 그의 변증논리는 페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사상이다. 굿바이 페친, 굿바이 “좋아요”! SNS의 시계는 이제 0시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