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날, 거기서 300미터쯤 떨어진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번째 재판을 받은 김백준(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명박의 ‘30년 집사’)은 ‘주군’과는 정반대 진술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제 잘못으로 물의를 빚고 이렇게 구속되어 법정에 선 것에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의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여생 동안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김백준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가정보원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특활비를 건네받은 혐의(뇌물방조)”로 구속 기소되었다. 이명박이 받고 있는 혐의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명박은 검찰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서 김백준이 법정에서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 사실을 보고 받았을까? “바로 지금 이 시간에 전직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명박은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는데, 2007년 12월의 17대 대통령선거에서 그에게 표를 던진 주권자들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당시 대선운동 기간에 이런 말이 널리 돌았다. “이명박이 전과 14범이기는 하지만 대기업을 경영했기 때문에 경제를 살릴 수 있을 테니 지지하겠다.”
지금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이다. 4명 모두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 치욕스런 이력을 지니고 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김영삼 정권 때인 1996년 1월14일, 내란 및 반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그 해 8월26일 1심 재판부는 전두환에게 사형과 추징금 2259억5000만 원, 노태우에게 징역 22년6월과 추징금 2838억96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듬해 4월 2심 재판부가 판결한대로 ‘전두환 무기, 노태우 징역 12년’을 확정했지만, 김영삼은 1997년 12월 두 사람을 모두 특별 사면했다.
사법부가 이명박과 박근혜를 엄정하게 단죄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촛불혁명 때처럼 거세게 항거할 가능성이 크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같은 인물들이 대통령이 되어 헌정을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하며 부정축재를 자행하는 일이 앞으로 역사에서 다시는 없도록 주권자들이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