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하기 전에 정확한 현실진단에 따른 대책이 나와야 이런 역사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행은 주연급 조연들의 합작품이다. 이제와서 대통령 개인에게 손가락을 겨누지만 내용을 알면 꼭 그렇지 않다.
가장 먼저 대통령을 망치는데 앞장 선 조연은 당시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등 측근들이었다. 대통령의 부정, 비리를 알고도 덮었거나 미화하는데 앞장 섰다. 홍보수석, 소통비서관들은 공영방송을 통제했다. 민정수석은 검찰이라는 수사기관을 무력화시켰다. 도곡동 땅에서부터 다스, BBK로 이어지는 불법, 비리를 수사하고도 면죄부를 줬다. 사자방 비리 등 집권시절에 나오지 못한 진실은 집권 후에는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것이냐고… 이제 이명박이 답할 차례다.
수사선상에 오른 측근들은 하나같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사과도 눈물도 없었다. 최순실은 처음 ‘잘못했다’고 하더니 거꾸로 ‘잘못한 것 없다’고 눈을 치켜뜨고 있다. 저급한 수준의 측근을 기용한, 몰락하는 지도자의 식견을 탓할 수밖에 없는 건가.
두 번째 조연은 국정원장이다. 이들도 측근에 포함되지만 일의 성격상 결정적으로 대통령을 몰락시켰다는 점에서 또한 명백한 불법을 과감하게 감행했다는 점에서 분리해서 봐야 할 것 같다.
댓글조작, 선거개입, 야당 탄압,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간첩조작 사건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이 저지른 불법, 비리는 실로 엄청나다.
여기다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개입해 “노 전 대통령이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허위 사실을 언론에 흘린 세력도 국정원이었다. 정권에 비판적인 연예인은 방송에 못 나오게 막고, 친정부 보수 단체에는 수십억원의 자금을 불법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데도 앞장 섰다. 상식을 부정하고 정의를 외면했다. 대통령을 보필한 것이 아니라 망하게 했다. 심지어 국정원의 정당한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무슨 첩보행위처럼 청와대에 전달했다. 국민의 세금을 부당, 불법으로 상납해 국가를 마피아 집단으로 전락시키는데 국정원장이 앞장 섰다.
남재준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후의 전사들”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모두 무죄가 돼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한심한 수준의 인간들을 국정원장에 앉혀놓고도 대통령이 무사하리라고 기대했던 걸까. 이들은 대통령을 망하게 하는데 조연 역할을 한 게 아니라 사실상 주역이었던 셈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몰락을 가져온 세 번째 조연은 언론이었다. 국정원 같은 국가공조직의 불법과 탈법에 대해 감시와 견제에 나선 언론은 뉴스타파, 한겨레, 세계일보 같은 언론밖에 없었다. 심지어 대학생이 대자보로 울분을 토했으나 KBS·MBC와 같은 공영방송, 신문시장 지배사업자인 조중동은 제역할을 안했거나 못했다. 특히 공영방송은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정권의 대변인처럼 진실을 외면했고 축소,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송사 구성원들의 비판과 저항에는 해고라는 중징계로 입을 틀어막았다.
국민의 알권리는 사라졌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전횡과 불법 가능했던 이유가 부도덕하거나 무능한 언론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를 제대로 감시해야 하는 게 제4부로 불리는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많은 국민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전 정권의 불법적인 행위와 관련 국정원장 등에 대한 단죄는 이뤄지고 있으나 언론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알야 한다.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등 대통령에 대한 감시는 없고 홍보에나 열을 올려 이권을 챙겼던 방송사, 신문사의 영상과 기록들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