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움직임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는 정권에 의한 언론장악이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워크숍용으로 작성된 언론개혁 관련 정세 분석 문건이 화근이었지만 자유한국당처럼 국회일정을 보이콧하면서 장외투쟁을 벌일 사안은 아니었다. 문건에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경영진 교체와 관련해 진행 절차와 순서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사회 각계에서 분출되고 있는 언론개혁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한 자료 정도였는데 자유한국당은 이를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와 관련한 로드맵 문서’로 규정했다.
언론학자들의 성명서가 협잡이라고?
‘정권에 의한 언론장악’ 프레임을 확산하는 데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매체는 언론 적폐 청산 1호로 지목되고 있는 MBC다. 해당 문건에 대해 “단순히 당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나 정부와 상당한 교감 속에 만들어진 것”이라거나 “사실상 여당이 ‘재허가’ 관련 지침을 방통위에 내린 것”이라고 단정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언론학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무책임한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공영방송 파업이 시작된 바로 지난 5일, 언론학회와 방송학회, 언론정보학회 명의로 MBC와 KBS 사장은 물러나라는 성명이 발표”되었는데 “이 성명이 이번 문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MBC가 보도한 언론학계의 성명서에 이름을 건 한 사람으로서 성명서에 참여한 이유를 말하자면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따위가 아니라 공영방송을 국민인 내 품에 ‘항구히’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행복이 아니라 자신의 출세와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경영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서명에 참여하게 된 이유의 전부다.
정당이 아니라 정치권 입김 배제가 정상화
“저희가 영정을 들고 KBS를 찾았을 때 그렇게 울부짖을 때, KBS 여러분 누구 하나 뒤로 몰래 찾아와 대신 미안하다고 이야기한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있었습니까? 내가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현장에서 이 연설을 듣던 많은 방송인들이 흐느꼈다. 왜일까? 잘못된 정권에 부역한 잘못된 언론인이었다는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정권은 수없이 바뀔 터인데 그때마다 눈물을 흘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정권의 눈치를 봤던 자신의 비겁함에 대한 반성을 넘어 정권으로부터 온전히 독립적인 방송을 쟁취하겠다는 각오가 눈물의 의미였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놓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그간 이명박,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 고생했던 언론인의 지위회복을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위법하거나 불의한 방법으로 징계를 받거나 해고된 사람들은 제자리로 되돌아와야 하겠지만 이런 수준의 회복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느 정권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독립적인 언론을 만들어서 국민의 살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