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도 아는 만큼 보입니다. 미디어오늘과 저널리즘학연구소가 국내외 저널리즘 전문가들과 함께 뉴스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를 선보입니다. 콘서트는 격주 수요일마다 열리며 주요 내용은 미디어오늘 지면·온라인 기사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뉴욕타임스의 분석기사는 원고지 50매 분량에 달한다. 반면 한국 신문의 분석기사는 원고지 10매도 되지 않는다. 북한 관련 문제가 터지면 이 분량으로 이해시킬 수 있나. 파편화된 정보를 줄 수밖에 없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에서 열린 세 번째 뉴스 토크 콘서트 ‘만약 뉴스를 빼앗긴다면’에서 한국 언론이 제대로 된 분석과 해설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뉴스를 “참여하게 만들고, 해방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을 알려주는 필수재”라고 정의하며 “단순 정보전달이 아니라 지혜를 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권력의 개입으로 제대로 된 뉴스를 박탈당했다면 오늘날에는 언론의 자질과 뉴스편식에 따른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김 교수는 “미국발 경제위기가 터졌을 때 한국언론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는 ‘해설’을 사실상 포기했다”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관점을 재생산하며 미국의 정책담당자가 해야 할 고민을 우리 언론이 대신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필요한 ‘관점’을 담고 우리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면에서 사건의 단순전달이 아닌 맥락을 담은 기사 비율이 국내 10개 일간지는 9%에 불과한 반면 뉴욕타임스는 71%에 달했다. 기사에 ‘원인’ ‘과정’ ‘결과’ 전망’ 등을 모두 담은 기사 비율 역시 국내 10개 일간지가 4%에 그친 반면 뉴욕타임스는 19%로 나타났다.

▲ 지난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lsquo;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rsquo;에서 저널리즘학연구수와 미디어오늘이 공동주최하는 세 번째 뉴스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 지난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에서 저널리즘학연구수와 미디어오늘이 공동주최하는 세 번째 뉴스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 같은 보도의 부실함을 극복하기 위해 언론의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전문성이 필요한 북한 보도에 전문기자가 얼마나 있나”라며 “한국 기자는 전문성을 위해 각자도생해야 하는데, 기자들을 대상으로 프로페셔널 저널리즘을 위한 교육을 하는 ‘저널리즘 스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의 ‘전달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작 뉴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노동자들이 한겨레를 봐야하는데 이들은 한겨레를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을 위해 친숙한 방식의 뉴스전달이 필요하다. 미국 독립매체가 만화뉴스를 만드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 나라의 뉴스 수준은 국민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뉴스를 제대로 만들려면 소비자도 변해야 한다”면서 ‘독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주로 재미있고 선정적이고 나에게 맞는 뉴스를 찾는데 이런 뉴스는 정크푸드와 같다. 좋은 뉴스를 알아봐야 하고 뉴스타파와 같은 비영리 뉴스를 사회적으로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권력에 의한 뉴스박탈과 오늘날 뉴스편식의 문제는 전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반대 집회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김 교수는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었다”면서 “박정희 시절부터 심어진 반공교육과 미국에 대한 맹종 교육의 결과 세상을 빨갱이와 빨갱이 아닌 것으로 구분하고 이스라엘이 미국 우방이니 우리편이라는 맹목적 집단정서가 발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의 10대 본질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 △정확하고 공정한 사실에 근거할 것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 △대중적 언어를 통해 가공된 것 △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보 △특정한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무엇 △닫힌 지식이 아닌 열린 지식 △실체적 진실 발굴을 목적으로 한 것 △공동체에 관한 새로운 무엇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137548_197632_3319.jpg
137548_197065_4939.jpg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