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도 아는 만큼 보입니다. 미디어오늘과 저널리즘학연구소가 국내외 저널리즘 전문가들과 함께 뉴스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를 선보입니다. 콘서트는 격주 수요일마다 열리며 주요 내용은 미디어오늘 지면·온라인 기사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 독자들이 늘고 있지만 경향신문의 1면은 회자되곤 한다. 지난해 10월 경향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신문 활자 위에 컵라면과 삼각김밥 이미지를 배치하고 기사 하단에 ‘오늘 알바 일당은 4만9000원... 김영란 법은 딴 세상 얘기 내게도 내일이 있을까?’라는 문구를 담은 1면이 화제가 됐다.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냈던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두 번째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 게이트키핑과 뉴스가치’에서 “1면 톱기사를 고르는 기준은 그날 쏟아진 수백건의 기사 중 가장 중요한 것만 올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뉴스를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두 번째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에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중앙)이 1면 톱 기사 선별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두 번째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에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중앙)이 1면 톱 기사 선별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대근 주간이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던 때 논쟁적이고 이색적인 1면이 많았다. 가장 화제가 된 건 2011년 11월24일 ‘한미FTA 비준안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 기사다. 1면 전면을 한미FTA 비준안에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의 사진과 이름으로 채웠다.

이대근 주간은 “(비준안 찬성이라는) 선택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1면으로 올린 것”이라며 “다만, 정치부 일각에선 ‘찬성하는 게 나쁜사람인 것처럼 비춰지는 균형을 잃은 제작’이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3월12일자 ‘짓밟힌 비정규직 온몸 절규’도 이대근 주간이 기억하는 인상적인 1면 톱기사다. 울산과기대 청소노동자들이 해고에 맞서 나체시위를 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당시 나체시위 소식은 이미 온라인에서 기사가 돌았다”면서 “이 소식을 접하니 1970년대 여공들의 나체시위가 떠올랐다. ‘수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이 이 문제를 갖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1면 톱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이대근 주간은 “소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수의 작은 갈등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게 톱이 되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이슈가 된다고 사람들이 인식하게 하는 역할도 (신문에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제를 적극적으로 조명해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2007년 3월12일 경향신문 1면.
▲ 2007년 3월12일 경향신문 1면.

이영태 뉴스핌 정경부장은 “1면을 백화점 식으로 다루느냐, 하이마트 식으로 특정 기능에 집중하느냐 편집방식의 차이”라며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다루는 기사는 이면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분석하고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고 자부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대근 주간은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기사가 ‘총체성’을 담고 있는지 살핀다고 밝혔다. 그는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이 사안을 반쪽씩 보도한다고 인식되는 걸 싫어한다”면서 “사안의 양면성, 작용, 반작용, 부작용을 다 담아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자영업자의 피해를 우려하고, 탈원전을 강조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우려를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쪽 방향만 담는 기사는 쓰기 쉽다”면서 “다른 쪽의 입장을 붙이면 기사 앞에 강조한 논리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균형잡힌 기사는 더 정교하게 써야하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두 번째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가 열렸다.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두 번째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가 열렸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가 말하는 ‘총체성’은 사건을 중간, 거시 뿐 아니라 미시적 관점으로도 봐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거대담론이 ‘거시적 관점’이고 주요 쟁점이 ‘중간적 관점’이라면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게 ‘미시적 관점’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용산참사 투쟁 가정에 방문해 냉장고를 열어봤더니 물건이 썩고 있었다고 했다. 투쟁하느라 집을 오래 비운 것이다. 그는 ‘이 현장을 기자가 봐야한다’고 한 강연에서 지적한 적이 있다. 용산참사를 통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냉장고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다. ”

게이트키핑을 통해 기사가 오히려 망가지는 경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성욱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언론이 주목을 받고 싶어하고 온라인 환경에서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데스크가 취재 기자의 최초기사와 달리 살을 더 붙이는 게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라며 “데스크가 현장 기자와 계속 소통을 하며 게이트키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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