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시기에 서 있지만 지나온 삶과 현재 처지와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래층 화장품 매장 주인의 사정과 이 층 식당 주방장의 고민과 삼 층 셀러리 맨, 건물 관리인과 경비원. 그리고 손님과 매장 아르바이트 노동자. 복합 빌딩을 중심으로 수많은 ‘세상’들이 하루하루 삶의 촛불을 켭니다.
미디어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합니다. 일 층과 이 층 그리고 꼭대기에 사는 이들의 삶을 이어주고,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 각각 떨어져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리모델링한다거나 ‘뜻밖의 손님’ 방문,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한 건물에 있다’고 알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지상파 방송 3사 저녁 메인 뉴스를 봅니다. 북한 열병식과 관련 대북 보도, 대선 후보 등록과 각 후보자들의 움직임을 주요하게 전했습니다. KBS는 16건 아이템(스포츠, 날씨 제외) 중 <북, 신형 전략 무기 총동원 공개>, <북, 신형 ICBM 추정 미사일 3종 공개…성능은?> 등 북한 관련 국제 뉴스를 8건을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IS 근거지에 대형 폭탄을 투하한 영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첫날 13명 접수… 역대 최대 대선 후보 등록>, <바빠진 발걸음…정책 행보 지역방문> 등 대선 관련 4건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남은 4건에서는 고영태 구속, 못 믿을 미세먼지 측정, 간추린 단신, 오소리에 주민 부상을 다뤘습니다.
MBC 역시 이날 <북, 대규모 열병식… “전면전도 불사”>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열병식의 이모저모를 전하며, 미사일 행렬에서 나온 신형 무기 소개 등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또 16일 한국에 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 선제 타격을 거론할지 주목되며, ‘칼빈슨 호에 이어 니미츠호 추가 투입’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전했습니다.
MBC는 19개 기사 중 북한 관련 5건, 대선 후보 관련 2건을 전한 뒤 각종 사건 사고로 채웠습니다. 이 중에 올빼미형 수면 문제, 특색 있는 지역 맥주, 고래 떼 장관인 장생포, 위험천만 바운스 하우스 등의 기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세월호 3주기와 관련 광화문 촛불 집회와 박근혜 탄핵과 구속에 반대하는 집회를 <주말 집회 “탄핵 무효” VS “진상규명”>라는 제목으로 묶어 보도했습니다. SBS는 전체 16개 기사 중 <북, 신형 IBCM 추정 미사일 공개> <고체연료 쓰는 ‘북극성 3형’?> 등 북한 관련 6건, 대선 5건, 세월호 3주기 관련 2건을 내보냈습니다.
SBS는 KBS, MBC와 달리 미국이 이날 공개한 아프간 폭탄 투하 영상을 쓰지 않았습니다. 또 <미 “최고의 압박과 견제”>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지만 당장 군사행동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또 대선 후보와 관련 ‘문재인 후보 부인, ‘의자 구입’ 말바꾸기 논란’, ‘안철수 부인 ‘1+1 특별 채용 논란’ 해명 말 바꾸기’ 또 ‘안철수 회사에서 만든 전자개표기가 쓰인다’는 인터넷을 통해 퍼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전했습니다.
언론이 보여주는 세상에, ‘우리’는 없다
북한 열병식은 중요한 뉴스입니다. 북한이 어떤 미사일을 가지고 있고, 핵 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를 할지 등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적으로 중요한 뉴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나라는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수많은 대선 후보들의 동정이 나오지만 여기에 북한 관련 대선 후보들이 어떤 입장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북한 문제에 우리는 뚝 떨어져 있고 미국과 중국만 있는 것 같습니다. 열병식과 관련 국내 정치인은 물론 국민들의 목소리는 없습니다. 다만 북한 문제 전문가와 어떤 무기인지 설명만 나올 뿐입니다.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합니다. 그 창에 우리가 빠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언제는 우리가 나왔나 할지 모르지만요. ‘지상파’에 노동자 서민의 삶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7년 4월 15일 지상파 3사에서 나온 뉴스에 만족하시나요? 다가온 대선, 후보 결정에 도움이 되셨나요? 세월호 3주기를 앞둔 우리의 모습을 전했나요?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소식 중 하나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지난 14일 해고된 노동자 6명이 광화문 한 빌딩의 광고탑 위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 개정, 노동 3권 완전 쟁취>, <세월호 진상 규명>이란 현수막을 내걸고 고공농성에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