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 지연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아무말 대잔치'에 언론은 입을 모아 비판했다.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부실수사 논란'을 강조했다. 우 전 수석과 날을 세웠던 조선일보는 "최순실 사건의 최대 책임자 중 한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야4당의 특검 기간 연장 요구를 외면한 채 TV에 나와 서민행보를 펼쳤다. 동아일보는 "전파낭비"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변호인단의 '아무말대잔치', 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다.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인 김평우 변호사가 지난 22일 헌법재판소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헌법재판관을 가리켜 "국회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며 재판관 기피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이 재판부를 향한 비난을 이어오고, 갖은 방법으로 압박을 하는 데는 '시간늦추기'라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리인단은 20여명의 증인을 또 무더기로 신청했다 기각당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13일 이후로 선고를 늦춰보자는 대리인단의 지연전술"이라며 "탄핵심판 필리버스터"라고 지적했다.

▲ 23일 경향신문 기사.
▲ 23일 경향신문 기사.

언론은 일제히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언행을 문제삼았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아무리 탄핵 위기에 몰렸다 해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 변호사의 재판관 기피신청을 "막장극"이라고 표현했으며 한겨레는 "막가파식 떼쓰기"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재판부를 향해 집단 폭력사태를 시사하면서 위협하는 것은 귀를 의심케 하는 반법치 선동"이라며 "탄핵이 기각된다고 해도 이들의 이 행태는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지연전술에도 불구하고 탄핵 선고는 3월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헌재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탄핵심판 최종 변론일을 사흘 연기한 것은 재판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면서도 '3월13일 이전 선고'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디데이는 최종변론인 2주 뒤인 다음달 13일"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처럼 금요일인 다음달 10일이 선고일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13일은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일정과 겹치지만 중앙일보는 "평결에 참여하면 퇴임일 당일 또는 퇴임일 이후에도 선고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동아, 중앙 '우병우 부실수사 논란' 제기

특검의 수사 기간 만료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등 '좌천성 인사'개입을 한 점을 권한남용으로, 특별감찰관실의 감찰을 방해한 것을 직권남용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은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정수석의 역할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들 행위를 업무 밖 범위로 보기 모호하다는 판단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특검의 조사부족' 논란을 제기했다. 동아는 "특검 안팎에서는 '구속영장 발부를 지나치게 낙관해 수사가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했다면 협의 입증이 더 쉬웠을 것"이라는 이규철 특검보의 발언을 "부족한 수사를 사실상 시인했다"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특검은 수사기간 마감을 열흘도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사법처리를 시도했다"면서 치밀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우병우 전 수석 구속영장 기각 배경을 다룬 중앙일보(위)와 한국일보의 기사.
▲ 우병우 전 수석 구속영장 기각 배경을 다룬 중앙일보(위)와 한국일보의 기사.

조선, "우병우는 최순실게이트 최대책임자"

한국일보는 "특검, 우병우 철벽 못 뚫었나 안 뚫었나"에서 특검의 수사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정수석의 권한 범위 경계선이 흐릿한 데도 불구하고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주요 근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특검이 수사에 미온적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검찰과 법무부를 겨냥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파견검사들이 특검 수뇌부들과 생각을 달리한 결과 소극적으로 수사에 임했던 것"이라고 추측했다. 검찰로 돌아가야 할 파견검사들이 상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우병우 전 수석과 각을 세워온 조선일보는 최순실 게이트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던 판사들이 법원정기인사로 교체된 점을 변수로 꼽았다. 조선은 "(판사가) 사건의 전체적 맥락을 파악했는지 의문"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조선은 사설을 통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최순실 사건의 최대 책임자 중 한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특검 연장요구 외면하고 TV쇼 대선행보

상황이 이렇지만 특검은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서 야4당은 총공세를 폈지만 국회선진화법 체제에서 특검연장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

경향신문은 "특검 연장에 찬성하는 야당, 무소속 의원 수가 개헌선인 재적 의원 3분의 2를 넘는다"면서 "개헌보다 특검연장이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남은 방법은 직권상정 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세균 국회의장은 22일 한겨레와 전화인터뷰에서 "나한테 그럴 권한이 있나?"라며 직권상정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 23일 동아일보 기사.
▲ 23일 동아일보 기사.

선진화법에 따르면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되거나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로 제한된다. 물론 해석에 따라 현재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할 수 있지만 '날치기'비판에 따른 국회의장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검 연장 요청을 외면해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실상 대선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황 대행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100여명과 함께 규제개혁 국민토론회를 주재했고, 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선 주자 홍보행사인가"라고 꼬집으며 "황 대행이 한 주류 제조업자가 권한 막걸리를 받아 마시고 '상큼하다'고 품평하는 친서민 행보를 전국에 생중계한 것은 전파낭비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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