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에는 금품이나 향응 등이 따르는 법이다. 기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주어지던 촌지나 각종 향응 등이 공식적으로 사라졌다고 하지만 보다 음성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여전히 일부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주필급 언론인이 즐겼다는 2억원대 초호화 외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도 취재 대상 기업이 기자들을 선발해 취재비와 숙박비 등을 일체 지원해주는 관행은 여전하다. 기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홍보가 필요한 공, 사기업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보도로 포장된 홍보를 쏟아내게 만든다.

일부 정치인들은 평소 영향력있는 매체나 언론인들을 관리차원에서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으로 ‘우리편’을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특히 기자, PD의 가족이나 친인척의 경조사 때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익명을 가장하여 뭉칫돈을 경조사비로 건네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돈의 힘은 왜곡과 과장·축소 보도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김영란법은 바로 이런 금품수수와 향응 등을 언론인들이 받지 못하게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주요내용을 10 가지로 간추려 본다.

1. 김영란법에서 ‘금품’의 정의는 향응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제2조 (정의) 제3항 “금품 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것을 말한다.

가.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등의 사용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
나.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향응 또는 교통, 숙박 등의 편의 제공.
다. 채무 면제, 취업제공, 이권 부여 등 그 밖의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

여기에는 언론인들에게 관행이란 이름으로 제공되던 음식, 골프접대, 향응, 교통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식이나 상품권 등도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언론인들에게 어떤 유형의 특혜도 없어졌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2. 김영란법 적용대상 언론인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언론인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결국 포함시키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위헌논란이 있었지만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무의미하다. 김영란법에서 언론인의 정의는 언론중재법을 원용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제2조(정의) 12. “언론사”란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를 말한다. 언론사 직원은 근로계약 형태를 불문하고 언론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의미한다. 언론사의 경우, 보도논평 취재 외에 행정, 단순 노무 등에 종사하는 자도 법적용 대상인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3. 김영란법 제8조 (금품등의 수수금지)에 따르면, 언론인은 직무여부와 관련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한번에 100만원의 촌지는 구경해보기 힘들다. 그러나 기업이나 정치권에서 선거철, 신제품 발표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고 언론의 입을 막거나 홍보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면 가장 쉽게 동원하는 것이 현찰이나 고가의 제품 전달이다. 갑자기 금품을 주기가 쉽지않기 때문에 평소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생일, 결혼기념일, 회사창립일 등 이벤트를 만들어 ‘촌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 액수가 한번에 100만원, 1년 300만원이 넘게 되면 언론인의 직무관련성, 대가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을 한다는 의미다.

4. 언론인들은 설혹 취재처로부터 교통비 혹은 촌지 명목으로 30만원만 받아도 법적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제8조 제2항에는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했다.

기자가 병원이나 대학 등 출입처에 취재 갔다가 교통비 명목으로 받는 돈은 액수를 따지지 않고 ‘직무와 관련이 있는 불법성 자금’으로 간주하여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취재처에서 자금 부담을 스스로 한다고 해도 이는 공정한 거래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언론인들이 취재처로부터 공식적인 단체 편의제공 외에 어떤 금품이나 향응도 받지 못하도록 주지시켜야 한다.

5. 출입처의 모든 편의제공을 거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공식적 행사에서 통상적인 범위내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등은 이에 해당되지않는다. ‘통상적인 범위’ ‘일률적 제공’이란 표현에 유의해야 한다.

제8조 6항은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조항의 핵심은 공식적인 행사에서 통상적인 범위 내에 참석 언론인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언론사 기자 몇 명을 불러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 선별된 특혜제공은 법적 처벌과 직결된다.

6. 언론인이 금지되는 금품을 직접 받지않았더라도 부인이 받았다면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 제8조 제8항 ⑤ ‘누구든지 공직자 등에게 또는 그 공직자등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언론인들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신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금품의 액수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형사처벌이 될 수 있음을 부인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7. ‘3-5-10의 공식’은 잘못된 관행을 깨는 새로운 사회문화질서 확립의 시작이다.

언론인들에게 앞으로 식사(3), 선물(5), 경조사비(10만원)를 초과하여 제공하게 되면 언론인은 물론 그 제공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 언론인에게 3만원이상 식사접대가 관행에서 불법으로 바뀌는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언론인들의 식사비를 언론인 스스로 지불하도록 회사가 취재비를 올려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술이나 골프 향응 등은 제시된 금액을 넘어서기 때문에 바로 처벌대상이 된다.

위의 금액을 정하는데 논란이 많았지만 현재 공직자 등에게 주어지는 선물비의 상한선이 미국(1회 20달러, 연간 50달러) 이나 일본 (5천엔), 영국(25-30 파운드) 등으로 대부분 5만원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과다한 규제로 볼 수 없다.

8. 수수금지 금품 등의 예외사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영란법 제8조 (금품등의 수수금지) ③은 수수금지 금품의 예외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8가지 예외사유를 구체화 하여 입법에 따른 과도한 제한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8가지 예외사유는 자세하게 정리됐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은 받아도 된다는 의미다.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기념품, 교통비, 음식, 숙박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언론인에게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이나 직원상조회, 동창회, 향우회, 종교단체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예외에 속한다.

9. 언론인이 금지 금품 등을 받았을 때는 지체없이 서면으로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김영란법 제9조(수수금지 금품등의 신고 및 처리) 제1항은 ‘언론인들은 수수금지 금품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한 경우, 제공자에게 바로 반환하거나 소속기관장에게 지체없이 서면으로 신고하여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배우자가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신고나 인도를 감독기관, 감사원,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도 할 수 있다. 지체없이 신고하거나 반환한 경우 제재대상에서 제외된다.

10. 언론인들은 ‘선물과 뇌물’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김영란법의 특징 중의 하나는 부패의 개념 정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의 뇌물이나 공금횡령 등 부패의 의미를 포함한다. 새로운 형태로 변화, 진화하는 부패의 개념을 정의하게 되면 자칫 부패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영란법 제정취지가 부패문화를 차단하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인 만큼 언론인들도 이에 앞장서주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선물과 뇌물의 구분은 어렵지않아야 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영국 부패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선물과 뇌물의 구분법은 우리 사회에도 유효하다. 수면법, 미디어법, 직위법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수면법은 그 물건을 받고 잠이 잘 오면 선물이고 가슴이 두근거려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뇌물이라는 것이다.

미디어법은 그 물건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을 때 가십거리가 되면 뇌물, 가십거리조차 안 되면 선물이라는 것.

직위법은 그 물건이 내가 그 직위에 있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면 무조건 뇌물, 그 직위와 무관하게 자연인이 된 나에게도 건네질 수 있다면 선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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