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5일, 살아가는 게 투쟁이 된 기타노동자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싸움이 8월26일 3495일 되었다. 정리해고를 당하고 하늘로 올라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본사 점거, 공장 점거, 등 그동안 해보지 않은 투쟁이 없다. 또한 매달 문화제를 진행하고, 뮤지션 및 예술가의 지지선언이 이어졌다. 해외 원정투쟁도 여러 차례 갔다. 그리고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톰 모렐로는 “기타는 착취가 아니라 해방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기타를 만들다 쫓겨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3000일을 맞아서는 전국을 돌며 콜트콜텍 기타노동자의 친구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건 강성노조로 인해 회사를 망하게 했다는 사회적 타살이었다.

집권여당의 수장이라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9월 당 최고위원회에서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강경한 노조가 제 밥그릇 불리기에만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악기와 자회사인 콜텍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해고당하고 거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서러운데, 공장문을 닫게 만든 주범이 된 셈이다.

콜트악기와 콜텍은 세계 기타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했으며, 특히 콜트 악기는 폐업 전 한국신용평가 기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등 매우 건실한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영호 사장은 노동조합이 무리한 임금과 복지를 요구하며 파업과 불법시위를 일삼았다고 언론에 이야기하는 등 노동조합에 대한 악의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박영호 사장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대한민국 법원의 결정과 동아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의 정정 보도를 통해 이미 명백하게 확인됐다.

박영호 사장과 김무성 대표의 노골적인 노조 죽이기 발언에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 사과를 요구하며 10월 5일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그리고 327일이 지났다. 그간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의 45일 초인적인 단식은 물론 이인근 콜텍 지회장의 단식 및 수많은 시민들의 동조단식이 이어졌다. 또한 콜트콜텍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해 종교계, 정치계, 노동계 및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콜트콜텍기타노동자 부당해고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콜트콜텍 문제 해결을 위한 1000인 선언이 이어졌다. 날이 추워 기타를 치기 힘든 겨울날에도 땀이 흘러 안경에 맺혀 악보를 보기 힘든 여름날에도 매주 화요일이면 문화제를 진행했다. 또한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선전전으로 시민들에게 콜트콜텍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거리에서 살아가는 삶이 곧 투쟁이 된 7월 김무성 대표 측과 합의를 통해 공개 사과 기자회견에 합의하게 됐다. 8월26일 국회 정론관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표명하고,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사과 수용과 콜트콜텍기타노동자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촉구하기로 결론을 냈습니다.

사회적 해결 앞장선다는 김무성, 약속을 지켜라

그리고 오늘(26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콜트기타 불매 배지를 달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거리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 사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김 전 대표는 “본인의 발언으로 최근 콜트콜텍기타 노동자들에 대하여 잘못된 사실들이 유포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최근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에서 유포되고 있는 허위사실들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김 전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당해고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콜트콜텍기타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며 이후 콜트콜텍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되는 과정에 앞장설 것을 피력했다.

이에 콜트악기 방종운 지회장은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지 327일이 지난 오늘, 이렇게 사과를 표해주니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며 “이번 사과를 계기로 콜트콜텍기타노동자 부당해고 문제의 해결을 위한 희망을 가져보게 됐다”고 사과를 받아드렸다.

또한 방 지회장은 “노동조합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며,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에 대한 모든 탄압을 중단해 주시길 바란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혐오나 배제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이라며 노동개악을 중단하고 정치권과 노동계의 협력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한편, ‘콜트콜텍기타노동자 부당해고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번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사과를 계기로 더 적극적인 정치권과의 연계와 사회적 해결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공대위는 국회 차원의 전시회와 영화상영회 등 콜트콜텍에 연대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작품 전시회를 시작으로 국내 최장기 투쟁 사업장인 콜트콜텍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으며, 콜트콜텍 박영호 사장을 압박하기 위한 모든 행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3495일을 투쟁하며 국내 최장기 투쟁사업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기타노동자들은 오늘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사과를 받으면서, 집권여당의 사과를 받은 첫 노조라는 새로운 불명예적 기록을 수립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사과를 받기 위해 여의도에 농성장을 차린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문제는 이미 전 노동자의 문제인 만큼 꼭 승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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