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잇따른 편법적인‘외주제작 드라마’로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18일 첫회를 내보낸 2TV 주말드라마‘목욕탕집 남자들’은 자사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제작을 한 프로그램을 프로덕션으로부터 납품받아 기형적인 외주제작이라는 비난을, 내년 초 방영예정인‘효 드라마’(제목미정)는 재벌회사에 특정시간대를 임대해 준다는 문제로 각각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어쨌든 이 두편의 드라마는 독립프로덕션의 균형있는 발전을 중요한 이유로 하고 있는 외주제작제의 의미와는 무관한 것들이어서 KBS는 공영방송의‘역할’면에서도 비판을 면키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목욕탕집 남자들’은 카메라맨들이 관례를 벗어난 외주제작 문제 등을 이유로 한때 제작을 거부하는 등 물의가 일기도 한 작품. KBS는 지난 9월 작가 김수현씨가 대본을 쓰고 독립제작사인 삼화프로덕션에서 납품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고‘목욕탕집 남자들’제작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KBS는 통상적으로 독립프로덕션에서 프로그램 완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외주제작’의 관례에서 벗어나 자사의 프로듀서와 카메라맨을 비롯, 다수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 사실상 직접제작을 하고 있다.

노조와 카메라맨협회 등은“젊은이의 양지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이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김수현씨를 끌어들여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이런 탓에 제작능력이 없는 특정 프로덕션에 외주제작을 맡겨 근무여건을 악화시키는 등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며 회사측에 계약재고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카메라맨협회를 중심으로 한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2일 드라마 제작에 참여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한 때 강하게 반발했다. 이 드라마에는 이순재, 강부자 의원이 출연, 정치인의 방송활동 면에서 또 다른 시비를 낳고 있다.

이같은 관례를 벗어난 계약은 SBS와 전속계약을 맺고있는 김수현씨를 편법적으로 프로그램제작에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프로덕션을 직접 지정, 계약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삼성그룹 영상사업단이 직접 제작, 내년 초부터 K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인‘효 드라마’는 또다른 측면에서의 변형된‘외주제작물’로 기록될 전망이다. 삼성측이 KBS에 제안한 조건은 가히 파격적이다. 대본, 연출, 제작 등 모든 과정이 삼성이 맡고 KBS는 아무런 비용지출 없이 주요시간대의 방송시간만 제공하는 조건으로‘계약’이 거의 확정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일기 풍으로 제작될 것으로 알려진 이 드라마는 주1회로 1년간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만 매회당 5천여만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정이 어찌됐든 KBS노조는“재벌에 방송의 일부를 팔아넘기는 꼴”이라며 강도 높은 반발을 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7일 열린 노사합동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 프로그램의 계약철회를 요구, 한때 회의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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