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뉴스타파는 강남에 마련된 안가에서 여성을 불러 이건희 회장이 성매매를 한 정황이 담긴 영상을 21일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영상 파일을 입수했다면서 검증 결과 동영상이 위변조됐거나 허위라고 볼만한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영상 촬영 당시 이건희 회장의 동선을 파악하고, 영상 조작 여부, 영상 속 이건희 회장의 음성 성문 분석을 토대로 영상의 진위에 대해서는 사실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상이 이건희 회장의 자택과 안가에서 촬영됐고 안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개입한 정황을 제시하면서 후속 보도를 예고했다. 뉴스타파는 촬영이 이뤄진 논현동의 고급빌라를 탐문해 일치된 장소를 찾아냈고 삼성 SDS 고문 김인씨가 전세권 설정을 해놓은 것을 밝혀냈다. 김인씨는 뉴스타파의 인터뷰에서 논현동 빌라 전세 관련 계약에 대해 처음엔 모른다고 했지만 말을 바꿔 개인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뉴스타파는 "그 빌라를 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장소로 빌려줬는지 추가 질의했으나 김 사장은 당초 입장을 번복한 이후부터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전화도 받지 않았다"면서 "만약 이건희 회장이 불법 성매매를 하는 과정에서 비서실 등의 조직이 동원됐다면 삼성 그룹 역시 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보도 하루 만인 22일 오전 "회장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여서 회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의 보도는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재벌 그룹 회장이고 불법 성매매라고는 하나 사생활인 데다 공적 가치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재벌의 언론 영향력을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관련 기사 : <이건희 성매매 의혹, 언론이 심판대에 올랐다>.

미디어오늘은 이건희 성매매 의혹을 취재한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에게 취재 과정을 물었다. 

- 보도 직전까지 뉴스타파 내부에서도 보안이 철저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중하게 처리했다. 위험한 기사이기 때문에 석 달 정도 내부에서도 조심했다. 데스크 소수와 뉴스타파 취재 기자만 알고 아무도 내놓고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보도가 나간 후 처음 보는 기자들이 있을 것이다."

- 삼성 쪽과 접촉은 어느 정도 이뤄졌나. 뉴스타파 보도에선 영상을 찍은 쪽이 돈을 요구한 적은 있었지만 믿을 수 없어 대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는데?

"삼성은 지난 월요일(18일)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사실상 나흘 정도 시간을 줬다. 그런데 보도가 나갈 때까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오늘 나온 공식 입장 정도도 저희한테 전달하지 않았다.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일사분란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인용 사장(삼성전자)과 접촉했는데 영상 협박 당시에도 이인용 사장은 영상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희 쪽이 확보한 영상에 대해서도 확인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 보도가 나간 이후 삼성이 압박을 한 정황은 있나?

"느낌에 불과하지만 월요일 전화한 것과 목요일 전화한 것이 달랐다.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민해졌다. 최종 목요일 오전에 전화해서 ‘오늘 보도가 나간다. 입장을 정리해주고 특정 시점까지 정리를 못하더라도 이후 기사에서 반영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삼성 쪽에서 ‘이렇게 시간을 짧게 주는게 어디 있느냐’고 예민하게 나오고 정리하는 하는 데 기다려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시간은 드릴만큼 드렸다고 말했다."

- 삼성이 회장 개인 사생활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 쪽 입장에 대해 어떻게 보나?

"회장이 의식이 없는 상태니까 최종적으로 확인해서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삼성 쪽 입장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계열사 사장이 개입(성매매 장소 안가 마련)이 돼 있는 게 사실이고 누가 계열사 사장을 개입시켰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비서실이 됐든 집사가 됐든 일을 콘트롤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다. 회사의 조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질의를 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그런 부분은 후속 보도를 해서 전체적으로 밝혀야 되는 내용이다. 회장과 임원 개인의 일탈로 처리하고 마는 것 같은데 그럴 사안은 아닌 것 같다."

▲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보도 뉴스타파 화면.


- 일각에선 보도의 선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공적 가치가 있느냐의 질문과 연결되는데.

"개인의 사생활 문제와 경계일 것 같은데 보도를 할 수 있는 경계가 어디 있느냐 그게 문제일 것 같다. 저희들로서는 이건희 회장은 공인 중에서도 공적인 영향력이 강한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었고 그런 공인이 범법 행위를 오랫동안 지속해왔다는 점, 범법 행위에 해당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건 사생활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보도를 해야 하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다. 삼성이잖나. 여러차례 입장을 조율하고 내부적인 토론을 거쳤다. 삼성이란 곳이 법적인 절차를 어떻게 걸어올지도 모르고 여론도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몰라서 위험한 보도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영상 촬영은 삼성에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영상이 유출돼 뉴스타파 보도로 나온 것도 삼성 내부의 싸움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어느 쪽에서 흘렸다는 음모론이 있는데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들은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로부터 영상을 받은 것이고, 그는 우리의 취재원이다. 그런 얘기에 언급할 가치가 없다."

- 현재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가 이슈라는 점에서 보도 시기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뉴스타파 프로그램은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올라온다. 저희가 생각하는 선에서 팩트 확인이 끝났고 보도를 낼 정도라고 판단했다.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와 사드 이슈가 묻히는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당연히 묻힐 수 있고 그런 고민도 했다. 하지만 고민하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보도를 못한다. 오히려 그런 시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변수를 고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보도 판단 기준의 주가 될 수 없다. 기사 가치와 취재 종료 시점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후속 보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상의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뉴스타파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5차례 걸쳐 찍힌 영상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분량은 한차례당 2시간 정도 되고, 어떤 것은 2시간이 넘는 것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러닝타임이 7~8시간 사이다. 그 중 의미있는 영상도 있고 판단이 안된 영상도 있다. 노골적인 화면과 워딩은 뺐다. 보도 자체의 선정성 문제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보도 뉴스타파 화면.


- 현재 시점(22일 오전 11시)에서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을 보도한 주요 일간지는 한겨레와 경향이 유일하다. 방송에서는 SBS가 뒤늦게 나왔다. 다른 통신사와 방송사는 보도하지 않았다.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저희도 보도를 결정하고 준비를 하면서도 아무도 기사를 받지 않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당연히 삼성의 콘트롤이 언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상정했는데 그나마 일부 언론들이 기사를 받아서 예상보다 나은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제 삼성에서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를 건너서 들었다. 일부 언론사에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그런 통화 내용이 있다고 한다. 만약에 그렇다면 삼성의 작업이 성공한 것이다. 삼성이 개인 일탈 행위로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전체 언론 지형에서 보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예상은 했지만 좀 씁쓸하다."

- 한동안 포털에도 이슈가 되지 않아 뉴스타파의 보도를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포털같은 경우 뉴스타파에서도 유입되는 사람을 카운트하고 볼 수 있는데 많은 사람이 유입됐지만 어제밤 검색어로 올라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나중에 풀리긴 했는데 기술적으로 그런건지 아니면 반영 속도가 느린 건지는 모르겠다."

- 후속 보도 시점은 잡혀 있나.

"다음주 목요일은 다른 보도가 예정돼 있다. 후속 보도는 논의를 해야할 것 같다. 정확하게 어떤 보도를 할 건지 결정된 바는 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