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가 방송에서 책을 소개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제재를 받았다. 뉴스타파 전 기자인 김경래 작가가 인터뷰 코너에 출연해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 사건’을 재구성한 본인의 소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도 같은 이유로 제재받았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 여권 위원들은 24일 회의에서 작가가 본인 책 내용을 소개한 것을 두고 ‘부당한 광고효과’라는 민원이 제기된 <주진우 라이브>(지난해 12월23일 방송), <신장식의 신장개업>(지난해 12월21일 방송)에 만장일치로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두 방송의 인터뷰 코너에 출연한 김 작가는 고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소재로 한 신작 소설 <삼성동 하우스>에 대해 소개했다. 과거 해당 의혹을 직접 취재·보도했던 김 작가는 집필 계기와 소설의 주요 내용 등을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6년 7월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신의 자택 및 고급빌라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 고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 고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 김경래 전 뉴스타파 기자의 책 '삼성동 하우스' 표지.
▲ 김경래 전 뉴스타파 기자의 책 '삼성동 하우스' 표지.

일반적 책 소개 방송처럼 신작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진행된 두 방송에 대해 민원인과 여권 위원들은 ‘부당한 광고효과’를 줬다고 주장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KBS에서 이런 아이템을 선정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내용을 봐도 ‘재밌게 잘봤다’는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광고효과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12월20일에 책이 출간되고 바로 23일에 방송한다는 건 분명히 작가에 대해 광고효과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책 내용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류희림 위원장(대통령 추천)은 “소설이라고 하지만 모티브 자체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보도다. 당초 협박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 과정에서 언론사 내부 다툼이 있었다”며 “내용을 떠나 특정 서적에 대한 노골적인 홍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크게 화제된 적 있었던 재벌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작가가 그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룰만한 특수성이 있다”며 “방송에서 문학작품을 소개할 때 통상적으로 언급하는 이상으로 광고효과를 줬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이 사안을 제재한다면 형평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방송에선 신작 영화나 출판물, K팝 등 신작 가요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나 코너는 모두 제재해야한다”며 반발했다. 두 의원은 방송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심의위원 5인 중 여권 위원 3인의 만장일치로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