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제주 강정마을, 그리고 사드가 배치된 성주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만큼 큰 이슈가 터졌는데도 언론들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외부세력’의 개입 결과라고 억지 논리를 펴거나 괴담과 음모론으로만 치부하는 물타기를 했다는 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1일 오전 사드배치 논란 언론보도 긴급토론회를 열고 각 언론이 어떻게 사드 관련 사안을 왜곡보도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적했다. 이날 자리에는 매일신문과 대구MBC 등 지역 언론 관계자와 성주군 농민회장, 성주군민 등이 함께 참석해 중앙 언론에서는 보이지 않는 현장의 목소리와 언론의 왜곡 보도 실태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최근 대구MBC와 서울MBC의 보도 방향이 달랐던 배경에 특정 내용으로의 서울MBC의 보도 협조요청이 있었지만 대구MBC가 이를 거절한 결과라는 증언이 나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주최한 사드배치 논란 언론보도 긴급토론회. 사진=언론노조.
도건협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MBC지부장에 의하면 지난 16일 황교안 총리가 성주에 방문했던 날 지역 MBC 관리부서인 ‘전국부’에서 리포트를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대구MBC에 들어왔다. 도 지부장은 “리포트에서 성주군민의 폭력을 앞세우고 이에 대해 경찰이 엄단하기 위한 전담반을 구성했다는 내용을 붙이고, 그 뒤에 성주군민의 집회 내용을 언급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거부했더니 서울MBC에서 관련 내용을 자체적으로 리포트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성주 투쟁위원회의 한 공동위원장이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한 언론보도 내용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대구MBC에서 취재한 결과 투쟁위의 다른 관계자에 의하면 외부인은 없었고, 해당 발언을 했던 공동위원장의 말은 공식적 발언이 아니라 개인적인 통화 내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알렸더니 서울MBC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도 지부장에 의하면 지난 19일에는 지난 15일 사드 반대 시위 당시에 외부 세력이 참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할 것을 대구MBC 측에 요청했으나, 대구MBC 측은 해당 인사가 성주에서 오래전부터 살았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외부인사가 아니라며 기사 작성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는 19일 서울 MBC에서 방송됐다.

7월1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경찰, 사드 반대 시위 황 총리 '달걀투척' 수사 착수' 보도(위), 7월19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성주 사드 배치 반대시위에 외부인사 참여 확인' 보도(아래)
이런 상황들이 현재 대구MBC와 서울MBC의 보도 내용이 크게 갈린 결과로 드러났다. 도 지부장은 “이런 결과는 공영방송을 정권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당시에도 목포MBC 기자가 현장에서 전원 구조 소식은 오보라고 보고했는데도 하루종일 전원구조 보도가 나갔다. 현장 취재결과는 무시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보도를 했던 행태들이 이번 사드 보도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MBC가 (서울MBC에 비해) 그나마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보도에서 아예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제하면 방송 제작 인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라면서도 “지역 MBC 역시 사장 선임 구조 등을 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왜곡 보도의 사례는 비단 MBC만의 일은 아니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의 신문과 방송 뉴스, 8일부터 14일까지의 종편 시사토크쇼의 사드 배치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를 발표했다. 신문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대상이었고 방송 보도는 각 방송사의 저녁 뉴스 등 메인 뉴스 프로그램을 살폈다. 이외에도 TV조선과 채널A, MBN의 시사토크쇼도 모니터 대상에 포함시켰다.

김 사무처장은 사드 관련 언론 모니터 결과를 통해 일부 언론들이 정부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확대 재생산 하는 데에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로 인해 불거질 전자파 유해성 논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 등에 대한 검증보다는 ‘괴담’, ‘유언비어’ 등으로 반대 목소리를 일축하고만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 움직임을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몰아세우는 보도도 빠지지 않았다.

주요 언론들의 경우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는 편파적 보도가 문제로 지적됐다. 민언련의 분석 결과 KBS는 사드 관련 보도 27.5건 중 무려 18건(65.5%)을 정부 입장을 그대로 전달만 했다. 또한 MBC 역시 전체 관련 뉴스 30건 중 절반 이상인 16건이 정부 입장을 전달한 보도였다. TV조선과 MBN은 각각 27건과 35건의 사드 관련 소식을 전달하면서도 검증 보도는 각각 4건씩에 그치는 정도에 머물렀다.

또한 사드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비과학적 선동’이라고 몰아세우는 보도도 눈에 띄었다. 중앙일보의 지난 13일 “이철호의 시시각각/과학과 정면 충돌하는 사드 괴담”에서는 “광우병·메르스에 이은 괴담 시즌2”가 이어지고 있다며 “좌파의 괴담은 카메라로 사진 찍히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믿었던 아프리카 토인들과 닮았다”고 전했다.

7월18일. 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 과학과 정면 충돌하는 사드 괴담' 기사.
지난 14일 조선일보는 사설인 “‘전자파 진실 밝히라’ 사드 괴담 확산에 가세한 진박 의원들”에서 “세간에는 전자파에 대해 ‘인체에 치명적이다’, ‘농산물이 오염된다’는 얘기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며 “전자파는 반경 100m를 벗어나면 전혀 문제가 없고 세계보건기구의 유해성 기준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을 제조·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데 앞장서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라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를 성주군만의 문제로 만드려는 프레임은 일부 보수 언론과 종편 등의 단골 소재였다. 성주 주민이 아닌 이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전문 시위꾼’이거나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성주 지역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면서 성주군민을 고립시키고 반대 여론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보도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18일 “성주투쟁위원장 ‘총리 붙잡은 건 지나쳐…외부인 개입한 듯’”이라는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이재복 성주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자고 계속 말했기 때문에 총리가 오셨는데 우리 주민이 그럴 일(폭력시위) 없다”며 “지난 15일 서울에서 성주 사람(성주가 고향이라는 의미)이라며 젊은이가 나에게 찾아와 현수막이 제대로 안 걸려있다며 감독하듯 말했다”며 “내가 이번 폭력사태에 외부인이 개입했다고 추정한 이유”라고 발언한 것을 소개했다.

여기서 더 나아간 기사도 있었다. 동아일보의 지난 19일 “3野 찾은 사드대책회의…8명 중 성주 주민은 2명뿐”이라는 기사는 “사드 체계 한국 배치 반대 전국대책회의 8명 가운데 6명은 진보단체 소속으로 확인됐다”며 “정작 경북 성주군 주민은 단 2명만 참석해 외부세력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대책회의는 처음부터 성주 주민만의 회의가 아니라 전국 사드 대책회의이며 야당 관계자와 전국 51개 시민사회 단체가 주축이 돼 모인 것이다.

7월19일 동아일보 '3야 찾은 사드대책회의…8명 중 성주 주민은 2명뿐' 기사
이러한 보도 프레임은 세월호 사건과 제주 강정마을 등 당사자들의 반발이 크게 불거져 나왔던 사회 이슈에서 항상 볼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세월호 사건과 제주 강정마을 관련 보도처럼 성주군민의 반발을 ‘보상을 기대한 속물적 행동’로 몰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8일 채널A의 ‘김승련의 뉴스TOP10’에서는 당시 후보지로 거론되던 칠곡과 평택 주민들의 반발을 전하며 “아마 저렇게(반대)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우리 칠곡에 금전적으로 지원해달라’는 걸 깔고 하시는 것 같다”며 “이미 그런 거 없이 경기도와 강원도에 있는 많은 지역들이 (사드배치)용지로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성주군민의 입장에서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동 회장은 “황교안 총리가 성주에 내려왔을 때 여섯시간 반 동안 총리가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다 한 시간 정도 대화를 한건데 총리감금, 폭력, 외부불순세력 개입 등 프레임대로 보도가 나왔다”며 “외부세력 관련해서도 찾아보면 다 성주에서 평생 산 사람들이다”며 “(언론 보도가) 성주를 자꾸 가두고 있다. 이렇게 당하는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재동 회장은 “이러한 보도 행태들 때문에 우리 투쟁위원회에서도 언론 인터뷰 지침을 만들었다. 인터뷰 녹음을 한 뒤 이 말을 그대로 실어주면 인터뷰를 하겠다는 조건”이라며 “말꼬리 잡는 일부 언론과는 왠만하면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직하게 보도하는 곳은 좌파언론으로 치부하고 거짓말로 오도하고 소설쓰는 언론들이 국민 화합과는 동떨어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역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 참석한 성주군민 배윤호씨도 “언론이 외부세력이 개입했다고 말했지만 외부세력은 결국 없다는게 드러났다. 진짜 있었으면 경찰 등에서 진작 언론플레이하고 나섰을 것이다. 결국 찾아보다 없으니까 이 정도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MBC 측은 2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성주군민의 폭력성을 앞세운 리포트를 제작해달라고 요구’하고 ‘다시 외부세력에 대한 리포트를 요청했다’는 도건협 지부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대구MBC의 일부 기자는 본사의 문화방송의 객관적인 사실 보도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일부 기자는 ‘외부 세력이 개입해 폭력사태를 키웠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는 단정적인 기사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송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7월22일 오전 9시35분 MBC입장 추가해 기사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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