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7회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행사 당일 ‘취재거부’ 언론 30개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퀴어문화축제 측은 “성소수자와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왜곡 보도하고 악의적인 폄훼 보도를 일삼는 언론매체의 취재를 전면 거부한다”며 다음 리스트를 공개했다.

‘취재 거부 언론사 리스트’

CBS/노컷(미션부)/CHN(하야방송)/CTS/C채널/GOODTV/KhTV/건강과가정뉴스/국민일보/굿데일리 기독교연합신문(아이굿뉴스)/기독교한국신문/기독인뉴스/기독일보/기독교타임즈/기독공보/뉴데일리/뉴스미션/뉴스파워/데일리안/미션타임즈/미래한국/미디어펜/시(C)포커스/업코리아/조선일보/크리스챤연합신문/크리스천투데이/TV조선/희망한국 이상 30개.

퀴어문화축제는 지난해부터 취재거부 언론사를 지정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2014년 퀴어문화축제부터 문제가 부각됐다”며 “일부 기독교관련 매체 등에서 왜곡 보도를 했다”고 취재 거부 언론사를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물론 취재 거부 언론사를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취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안다”며 “작년에도 어떤 교회의 목사가 따로 명함을 파서 사진을 찍어가기도 하는 등 취재를 막을 수는 없다는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 11일 오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일대를 지나며 퀴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퀴어문화축제 주체 측은 취재거부 언론사를 선정한 것 외에도 왜곡보도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기자들에게 프레스카드를 발급하며 ‘프레스카드 발급을 위한 자기확인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 확인서에는 성소수자들을 근접 촬영할 때는 촬영 가능 여부를 당사자에게 물어볼 것,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8장 성적소수자 인권조항을 지킬 것 등이 명시돼있다.

한국기자협회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에 관한 조항은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진실을 왜곡하는 내용, ‘성적 취향’ 등 잘못된 개념 용어 사용주의 △성적 소수자가 잘못되고 타락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지 않음 △혐오 표현 사용 금지 △성 정체성을 정신 질환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묘사하는 표현에 주의 △에이즈 등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음 등의 주의사항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왜곡보도로 인해 취재거부 언론사로 지정된 언론사는 올해에도 한국기자협회 보도준칙을 지키지 않은 보도를 내보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취재거부 언론사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퀴어들이 떠나간 자리, 청소년들이 기도로 채우다’, ‘퀴어문화축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추태들’, “퀴어 축제의 가장 심각한 폐해, 동성애 문화 조장”, (크리스천 투데이), “동성애자는 ‘미전도 종족’… 선교의 대상”, ‘서울광장의 동성애 축제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서울광장 신고제 개정 서명작업’ “동성애가 유전이라고요? 이기적 욕망·중독일 뿐 다들 속고 있습니다”(국민일보), ‘시민단체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절대 안돼!“’, "동성애자 정치기반으로 삼으려는 박원순"(뉴데일리).

▲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이 취재거부한 언론사들이 내보낸 퀴어문화축제 관련 기사들. 사진=정민경 기자
현장에서도 언론과 작은 충돌이 있었다. 취재 거부 대상인 TV조선의 카메라가 외부에서 퀴어문화축제 안쪽을 찍어 주최 측과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까지해서 찍어야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으니 TV조선 기자가 ‘JTBC는 되고 왜 우리는 안되냐’고 따졌다”며 “하지만 TV조선 측은 이렇게라도 찍어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TV조선은 이날 '도심 퀴어 축제…동성애 반대 맞불집회 등 리포트 두 꼭지를 내보냈다. 해당 리포트는 ’도심 한복판‘등의 수식어를 사용해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을 내비쳤다.

올해도 역시 “동성애 고쳐질 수 있다” 주장하는 국민일보

특히 국민일보는 작년에 이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보도를 내놨다.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이 이사장으로 포진해있는 국민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해 보수 기독교 교단이 가진 관점을 그대로 취하고 있다. 

국민일보 6월10일자 종교면 29면에는 퀴어문화축제 하루 전 축제를 '대비해' 이른바 ‘동성애 탈출자’를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에는 “동성애가 명백한 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동성애자가 나오는 포르노물을 봐야 쾌감을 얻는 사람들은 동성애 경증, 매일 동성애자들이 애용하는 찜질방을 찾는 이들은 중증”, “동성애는 중독이며 쾌락의 정점”등 한국기자협회 보도준칙에 어긋나는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민일보는 2015년에도 같은 지적을 받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조정신청을 하기도 했다.

▲ 6월 10일자 국민일보 29면.
퀴어문화축제, 음란해서 싫다고?

이외에도 퀴어문화축제를 ‘음란함’ 등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보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시는 음란행위 보기 싫다!", ‘서울광장서 남성 간 성행위 묘사 음란물 무료 배포됐다’(국민일보), '검찰, 동성애 축제 과도한 노출 관련 신원 확인되면 기소'(크리스천투데이)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이며 특히 '서울광장 퀴어축제 "예수도 게이였다고!"(뉴데일리) 기사는 참가자들의 노출 사진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노출에 대한 지적은 언뜻 타당성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동성애 혐오가 아니라, 지나친 노출이 불편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종종 퀴어문화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문화 웹진 ‘ize’에 실린 MECO(글 작성자)의 ‘퀴어와 맨몸, 음란함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기고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호모포비아들에게 성소수자는 잠재적 성추행범이나 성병 매개체와 같은 극단적이고 음성적인 성적 존재로만 인지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퍼레이드에서의 맨몸 노출은 이 해석에 반기를 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글쓴이는 “결국 맨몸을 노출한 퍼레이드 참가자에 대한 비판은 그 존재에 대한 불편함에서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 모자이크 해야할까

하지만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의 '취재 거부' 등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퀴어문화축제를 취재한 한 일간지 기자는 "공공장소에서 집회신고를 하고 치루는 행사인데 취재거부를 한다거나 기자들에게 확인서 작성을 하라는 것은 이 행사에 우호적인 취재만 하라는 것 같다"며 "물론 조심스러운 건 이해하지만 마치 취재 '허가'를 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직위 측에서 제시한 취재 가이드라인 중 모자이크에 관련된 부분도 취재기자들 사이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조직위 측은 취재기자에게 원거리 촬영이 아닐 시 개인 참가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조직위 측이 취재거부를 하지 않은 언론들 중에서도 참가자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한 언론도 있고, 안한 언론도 있다.

▲ 11일 오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를 지나며 퀴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법적으로 따지자면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10년 판결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의 집회·시위란 본질적으로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널리 일반에 알리기 위한 것”이고, “보도의 자유 역시 언론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1조에 따라 보장되는 헌법상의 권리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거나, 특별히 피촬영자를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아닌 한 면책”이라고 돼있다. 퀴어문화축제 역시 ‘퀴어퍼레이드’ 등 도로 행진을 포함하고 있어 집회신고를 해야 하는 성격의 축제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의 특수한 성격과 조직위 측에서 밝혔듯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등으로 인해 촬영 당시 당사자에 대한 허락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에서는 “사실 인물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전체 블러(흐리게)처리를 하면 마치 우리가 하는 행위가 불순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꺼리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그중에 일부는 얼굴이 나왔을 때 조직위 측으로 연락을 해 관리가 소홀하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었기에 블러처리를 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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