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MBC 사장을 역임했던 김재철씨가 MBC를 상대로 지난 3월25일 특별퇴직위로금 2억3973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정부 방송장악에 ‘부역’했던 공영방송 사장의 상징적인 말로다.

2012년 김씨의 퇴진을 위한 MBC 파업에 참가했던 한 MBC 기자는 김씨의 소송 소식을 듣고 “본인 때문에 MBC가 이렇게 망가졌다. 위로금을 요구할 게 아니라 MBC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철씨는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3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로부터 임원 선임권 침해 등을 사유로 해임안이 통과되자 사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복수의 MBC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부터 안동과 울산 등지에서 MBC 사장 경력을 이용해 전통문화 공연을 할 수 있는 지자체 행사를 따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의병 곽재우’ 등 뮤지컬 행사의 지역 유치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김재철 전 MBC 사장(가운데).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씨는 사퇴 이듬해인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사천시장에 출마했다. 그러나 후보경선에서 꼴찌로 떨어졌다. 이후 사천 지역에서 완전히 떠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그해 8월 제주방송(JIBS) 상임고문직으로 임명돼 광고영업과 펀드조성 등 경영분야 컨설턴트를 맡았다. 하지만 제주방송 전 사원의 반대로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2015년에는 문경 군인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등장했다 사라졌다. 지역MBC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부위원장으로 와서 플래시몹 행사를 의욕적으로 준비했으나 법인카드 배임 건 실형선고가 나온 이후 물러났다”고 전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2월 MBC 법인카드로 휴일에 호텔에 투숙하고 고가의 가방과 귀금속을 구매한 김씨에게 징역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같은 해 7월 2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김씨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했으나 순위조차 받지 못했다. MBC 사장에서 물러난 뒤 두 차례나 선거로 재기하려 했으나 여당에선 김씨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MBC의 한 관계자는 “생활고를 겪는다는 이야기도 있고 한정식집에 투자했다 크게 말아먹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한 뒤 “이 쪽 바닥에서 이제 누가 김재철을 받아주겠나. MBC 사장의 말로가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퇴직금을 더 받기위해 제기한 이번 소송은 MBC 내에서 아무도 김씨를 챙겨주지 않자 소송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입맛대로 리포트를 만들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며 언론인을 해고한 ‘사회적 대가’가 적지 않았던 만큼, 김씨의 말로도 비참해졌다. 

김재철씨처럼 퇴임 이후 권력으로부터 외면 받은 공영방송 사장으로 KBS 사장 출신의 길환영씨를 꼽을 수 있다. 길씨는 지난해 12월 천안지역 국회의원 출마의사를 밝혔다가 비판여론과 함께 후보경선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씨는 현재 백석대 특임 부총장을 맡고 있다.

김재철씨와 길환영씨 사례는 반 저널리즘 행태를 보였던 공영방송 사장의 자업자득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두 사람은 예외적 사례라는 지적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KBS 이사)는 “한국 사회는 부역 언론인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린 적이 없다. 그래서 현재 권력에 충성하려는 부역 언론인이 반복해서 등장한다”며 “대부분의 부역 언론인은 부역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 충성한 대가로 청와대 수석을 비롯해 국회의원과 주요 기관장을 꿰찼던 수많은 부역 언론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제2의 김재철’과 ‘제2의 길환영’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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